강 바람 2006. 8. 21. 14:24
 

아들아
내 어릴 적 이맘때 
찬바람 비집고 솟은 풀
그 뿌리 
밀가루 한 줌 버무려 
유월전쟁 뒤끝의 궁핍을 버텼단다.
그로 해서 냉이 꽃은 
아비의 
슬픈 꽃이었단다.
아들아
내 어릴 적 이맘때
파릇파릇  
보리 싹 크는 소리 귀 기울이며
소나무껍질을 헤집었단다. 
뽀얀 그 속살을 
껌처럼 씹으며 웃었더란다.
헤헤거리며 
장난인 척 웃었더란다.
아들아
이제 아비에게
그 쌉쌀한 허기도
그 알싸한 슬픔도 모두
예쁜 꽃이 되었단다. 
훗날 네 눈동자에
작고 작은 것들이 가득 비치면 
욕심내지 말라는 말 대신
그 아린 냉잇국 맛 들려주고 싶다.
-06.03.09 강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