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소리/작은이야기 기분 좋은 날 강 바람 2006. 8. 21. 22:03 예전 같잖아서 빗줄기가 심하면 시야가 흐리고 왔다 갔다 하는 와이퍼 때문에 산만해서 이런 날은 운전하기 싫어집니다. 어제는 아침부터 쏟아지는 장대비로 우야꼬...망설이다가 고마 맘 편케 살자 싶어 버스 타고 가는데 딩동~~ 메시지 도착 알림이 들리데요. 또 광고려니 하면서도 궁금해서 들여다보니 아들 녀석의 메시지였습니다. 입가에 번진 미소를 감추지 못하고 슬그머니 뒷주머니를 더듬어보니 감촉이 다르데요. 비가 와서 걱정이었는지 홀쭉한 아비의 지갑이 맘에 걸렸던지 아니면, 어버이날의 용돈 선금이었는지... 무뚝뚝한 녀석이 알게 모르게 아비를 살피고 있었음이 고마웠지요. 그래봐야 가뭄에 콩 나듯 한 일이지만... 뒤늦게, “으흐흐” 석자에 눈길이 머뭅니다. 평소엔 그런 표현 하지 않는 녀석인데 아비의 자존심을 배려하는 눙치기로 보였습니다. 내 눈엔 아직 아인데 세월 참 빠르다 싶데요. 부처님오신날 일주일 전부터 행사준비로 절에서 살다시피 하다가 행사 마치고 자정 넘어 들어온 아내가 미안했던지 삐죽이 웃으며 눈치를 보데요. 그동안 쌓인 불만으로 한 마디 하려 별렀는데 좋은 일이라고 한 거, 새삼 찌푸릴 게 뭔가 싶어서 잔소리 대신 "수고했다"고 했습니다. 환한 아내의 얼굴을 보니 참 잘했단 생각이 듭디다. 오늘, 가족들과 나들이 했네요. 어버이날을 미리 치룬 거지요. 자주 가던 그 바닷가에서 술 한잔 주고 받은 뒤 어제 수고했다는 그 말이 참 고마웠었다고 하더군요. 아내도 알았을 겁니다. 제가 성질 나 있었음을... 기분 좋은 날이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화단에 쌓여있는 소라껍질을 얻어왔습니다. 깨끗하게 씻어서 항상 싣고 다닐 테니 혹, 필요하지만 구하기 어려우시면 말씀 하이소. 쓸모없는 풀 한포기도 작은 관심 하나로 이쁜 화초가 되더라구요. 행복한 꿈 많이 꾸이소...^_^ -06.05.07 강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