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소리/할배랑 아이랑
할배나 손녀나 철 없기는 매한가지
강 바람
2006. 12. 8. 15:43
"연우야! 밥먹어~~!"
"토끼 다 보고..."
넋 놓고 티비만화에 몰두한 녀석을 불러보지만
녀석은 들은 척도 안 한다.
제 엄마의 호통으로 마지 못해 오거나
보던 만화가 끝나 어쩔 수 없이 오더라도
이 녀석이
그냥 오는 게 아니라 꼭 티비를 끄고 온다.
끄지 말고 그냥 와서 소리만 들으라고 해도
굳이 끄고 오기에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켜 놓으면 밥 먹는 동안에 다 끝나니
꺼 놨다가 밥 먹고 다시 보겠다는 거다.
한 마디로 안 보고 있으면 나중에 볼 수 있으리라 믿는 건데
네살 꼬맹이 한테
방송국이 어떻고 저떻고 설명 해봐야 입만 아플 터라
그냥 웃고 만다.
쇼파에 엎드린 채 잠든 녀석.
세상이 자기 중심으로 돌아가는 줄 아는 이 녀석.
내가 안 보면 티비 만화도 기다려 줄거라는 믿음.
이 녀석은 어려서 그렇다 쳐도
한 갑자 넘긴 나도 그러니
손녀나 할배나 철 없기는 매한가지...^_^
-06.12.08 강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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