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소리/할배랑 아이랑
건강하거라
강 바람
2007. 2. 9. 15:09
할배는 바닥에 눕고
녀석은 침대에 누워
올려다보고 내려다본다.
맥주 한잔으로 불콰해진 할배 얼굴과
분홍색 침구에 파묻힌 녀석의 얼굴이
서로 붉게 물든 채
언제 또 이런 자리 있으랴 싶어서
재잘거려봤지만
녀석은
헤어짐이 뭔지도 모르고
새 방, 새 침대만 마냥 좋은 듯...
멀리
떼 놓고 돌아 오는 800리 길
할매도 할배도 침묵으로 돌아오는데
안개 짙은 그 길에는
구비마다 녀석의 얼굴이 불쑥불쑥 솟고
나뭇가지에 매달린 빗방울 사이로
녀석의 또롱또롱한 눈 망울이
함께 아롱거린다.
언제 또 보게 될지...
녀석은 하루가 다르게 커 가겠지만
혹여 그 사이에
할배 얼굴 잊을까 안달이다.
건강하거라.
-07.02.09 차타고하라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