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소리/방문·만남

실상사에서 새벽을 만나다

강 바람 2007. 2. 9. 21:14
지리산

 

딸내미 군산에 데려다 주고

낯선 길을 돌아오다가

지리산 실상사로 방향을 돌렸습니다.

실상사를 보고픈 게 아니라 

그곳에 사는 한 얼굴이 떠올라서였습니다.

 

 

 

어렵잖게 찾은 그 곳에서

여전히 수줍게 웃는 선한 얼굴을 만났습니다.

그와의 인연도 어느듯 삼년이지만

자주 만나거나, 특별한 머시기가 있는 것도 아닌데

불현듯 떠오르는 얼굴 중에 하나입니다.

그의 안내로 실상사를 찾았습니다.

옆에 같이 가는 할매는 저의 아내입니다.

 

해탈교를 건너니

까치떼가 거목에 줄지어 앉았는데 솟대가 떠오르더군요.

온통 보이는 게 그런 것들 뿐이니

이것도 통방병의 일종인지...

   

 

 

주변의 모든 것들이 안개에 싸여 아련합니다.

보일듯 말듯한 산과 들이 꿈속인 듯하고 

흐르는 물 조차 가는 듯 마는 듯 흐느적거리는데 

 

 

 

새로 축조된 둑이 가지런합니다만,

갓쓰고 구두 신은 것처럼 어딘지 어색합니다.

원래의 모습은 어땠을지 궁금하네요.

 

 

해탈교에서 바라본 실상사 역시 조는 듯하고

 

 

 

 

길가의 장승들 또한 서서 졸고

 

 

 

 

 

 

 

 

 

고즈넉한 극락전 역시

연못 속에서 졸고

 

 

 

 

도굴에 의한 

아픈 상처를 아는지 모르는지

무거운 하늘을 이고 역시 졸고있습니다.

 

 

얼마나 오래 된지 모를 해우소와

 

해탈교 앞의 거목과 석장승이

유서 깊은 고찰과 잘 어울렸습니다.

둘러보고 온 유적들의 대부분이 보물이라네요.

짧은 시간과 질퍽거리는 길로 인해서

주마간산격으로 훑어 보고 왔지만

크고 화려하진 않아도

쌓인 세월로 그 무게는 느낄 수 있었습니다. 

 

 

 

 

 

돌아오는 길.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길을 나섰습니다. 

안개는 여전히 골짜기를 감돌고

추적추적 내리는 비는 심사를 건드리는데

구비구비 낯선 산천이 발길을 붙잡습니다.

하지만, 제사 준비로 아쉽게 길을 서둘렀습니다.  

 

 

돌아와서 보따리를 풀었습니다.

썰어주신 참죽과 다름나무 똥가리.

이것만으로도 배 부른데

 

귀하디 귀한 5합 식기 까지 한벌...

이 물건에 담긴 정성과 수고를 아는 터라

돌아오는 내내 발걸음을 무디게 했는데

여지껏 그랬듯이 또 신세만 졌네요.

그냥 보고잡아서 들렸는데

이 고마움을 어떻게 갚아야 할지...

 

봄 되면

그 추어탕 맛 때문에라도 다시 찾고 싶습니다. 

새벽이님 고맙습니다.

하시는 일 더욱 번창하시길 기원합니다.

 

고맙습니다...^_^

 

-07.02.19 강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