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바람 2007. 2. 23. 22:13

 

엊그제

베란다 빨래대에 사자 두 마리가 매달려 있었습니다.

녀석이 가지고 놀다가 깜빡 잊고 간 걸

할매가 빨아서 널어 놓았는가 봅니다.

햇살 좋은 아침에 이 녀석들 보니...

 

하라버지 심심해요.

하라버지 보고 싶어요.

수화기 저 너머에서 들려 오는

녀석의 목소리에 힘이 하나도 없습니다.

다음 달 5일 부터 유아원 간다고

지 엄마는 그 나름으로 또 걱정인데

태어난지 겨우 40개월.

엄마 그늘에서 맴돌던 녀석이

벌써 세상 살이가 시작 되었으니

어린 나이에 안쓰럽기도 하지만

같이 놀아 줄 또래가 필요해서라도

어쩔 수 없는 일인 듯 합니다.

혼자 겪어야 할 시간도 많아지고

새로운 재미에 젖다보면

할배 존재도 차차 희미해 질 테지요.

 부디 건강하고

할배 잊을 만큼 즐겁고 신나는 나날이 되길...

 

-07.02.23 강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