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소식
노가다 번개를 핑계로
천년고도 경주를 찾았다가
노가다는 커녕 술만 묵고 말았네요.
잠자리가 낯설어선지 밤새 뒤척이다가
일찍 일어나 숙소 주변을 산책하는데
코끝에 닿는 바람이 알싸하고 손마저 시리니
아직 봄이라고 말하기엔 이른 것 같았습니다.
나뭇가지에 곤줄박이 녀석이 앉았기에
반가운 마음에 카메라를 꺼냈더니
녀석이 용케 알고는 폴짝 달아납니다.
멀리 가지도 않고 카메라 사정거리 만큼만 옮기니
이 녀석 따라서 숙소를 한바퀴 돌고 말았네요.
녀석 포기하고 정자 구경 갔다가
어찌어찌 겨우 한 컷 찍긴 했는데
보시다시피 이모양으로 나왔습니다.
잠에서 덜 깬 사물들이
정지된 듯 고요히 섰습니다.
마치 거울 속인 듯...
곤줄박이 따라 다니다가
이른 개나리를 만났습니다.
띄엄띄엄
한 가지에 두어 녀석들만 이렇게 피었습니다.
뭔가 바쁜 일이 있는가 봅니다.
오는 길에
호명산인님 댁을 방문했습니다.
차와
그리고 추어탕까지 대접 받고 왔습니다.
편안한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그곳에서
또 다른 봄을 만났습니다.
겨우내
꽃 기다린 마음으로 해서
더 고운
매화
핀 것은 피어서 좋고
피려는 녀석은 그래서 좋고
오라 해서 올 녀석도
가라 해서 갈 녀석도 아닌
때,
그 때가 되면 슬그머니 와 있는
꽃들...
무엇에 쫓기는지 모두들 급합니다.
집 앞에 있는 녀석인데
이 녀석도
작년엔 3월 하순에 피더니
금년엔 벌써 피었습니다.
너무 빨라서
꽃 피어도 봄이라 말하기 어색하더니
분주한 농부의 마음에 자리한
그 봄마저 부인할 수는 없었네요.
봄인가봅니다.
-07.02.27 강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