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바람 2007. 2. 25. 21:30

노가다 번개를 핑계로

천년고도 경주를 찾았다가

노가다는 커녕 술만 묵고 말았네요.

잠자리가 낯설어선지 밤새 뒤척이다가

일찍 일어나 숙소 주변을 산책하는데

코끝에 닿는 바람이 알싸하고 손마저 시리니

아직 봄이라고 말하기엔 이른 것 같았습니다. 

 

 나뭇가지에 곤줄박이 녀석이 앉았기에

반가운 마음에 카메라를 꺼냈더니

녀석이 용케 알고는 폴짝 달아납니다.

멀리 가지도 않고 카메라 사정거리 만큼만 옮기니

이 녀석 따라서 숙소를 한바퀴 돌고 말았네요.

녀석 포기하고 정자 구경 갔다가

어찌어찌 겨우 한 컷 찍긴 했는데

보시다시피 이모양으로 나왔습니다.

 

잠에서 덜 깬 사물들이

정지된 듯 고요히 섰습니다.

마치 거울 속인 듯...

 

곤줄박이 따라 다니다가

이른 개나리를 만났습니다.

띄엄띄엄

한 가지에 두어 녀석들만 이렇게 피었습니다.

뭔가 바쁜 일이 있는가 봅니다.

 

오는 길에

호명산인님 댁을 방문했습니다.

차와

그리고 추어탕까지 대접 받고 왔습니다.

편안한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그곳에서 

또 다른 봄을 만났습니다. 

 

겨우내

 

 꽃 기다린 마음으로 해서

 

더 고운 

 

 매화

 

 핀 것은 피어서 좋고

피려는 녀석은 그래서 좋고

  

 오라 해서 올 녀석도

가라 해서 갈 녀석도 아닌 

 

 때,

그 때가 되면 슬그머니 와 있는

 

 

꽃들... 

 

 

무엇에 쫓기는지 모두들 급합니다.

집 앞에 있는 녀석인데

이 녀석도 

작년엔 3월 하순에 피더니

금년엔 벌써 피었습니다. 

 

 너무 빨라서

꽃 피어도 봄이라 말하기 어색하더니

분주한 농부의 마음에 자리한

그 봄마저 부인할 수는 없었네요.

 

봄인가봅니다.

 

-07.02.27 강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