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소리/작은이야기
민방공훈련
강 바람
2007. 3. 15. 22:09
애~애~앵~~~
다급한 경고음에 도시는 멈춰버리고
숨넘어가는 사이렌의 긴 여운은
구석구석의 잡다한 소음들까지 빨아들이며
천천히 천천히 거만하게 사라진다.
차도
사람도
비도 멈추고
도시의 정적이 불안했던지
어정거리던 비둘기마저
슬그머니 꽁무니를 감추고
고요하다.
소음으로부터 해방된 고요.
분단국임을 잊지 말라는
주의,경고의 민방공훈련은 역설적이게도
긴박감대신
도심에 정지된 평화를 안기고 있다.
반세기전 그때의 공포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고
바쁜 일상에 잠시의 휴식을 안기고 있다.
애~애~앵~~
삼켰던 소음들을 토해내며
또 다시 기세를 올려보지만
그 소리는 이미
좀 전의 그 당당함이 아닌
풀죽은 소리에 지나지 않고
사람도 차도
그 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
자동차소리,
치~이~칙~~! 버스가 뱉어내는 괴음
무료하게 서있던
발자국들의 분주함까지 되살아나
언제 그랬냐는 듯, 도시는 일상으로 돌아가고
거만하던 사이렌의 여운조차 소음에 묻혀
슬그머니 꼬리를 끊고 사라진다.
그로서,
20분의 평화는 사라지고
섬 같던 그곳에
번잡과 혼란과 무질서가 시동될 때
비개인 웅덩이는 강이 되고
나는 섬이 되어 뭍을 본다.
그 작은 강에도 하늘은 눕고
한 줄기 봄바람이 촤르르 훑고 간다.
-07.03.15 서면 전시장에서 강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