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온 이래로
이렇게 추운 겨울은 처음이다.
작년만해도 12월이면 피기 시작하던 녀석들이
이제 겨우 꽃눈을 틔우고 있는데
물 주면 얼 것 같고
안 주면 마르것 같아 걱정이더니
날씨 풀린 틈에 듬뿍 주고나니 새끼 밥 먹인듯하다.
아내가 파 꽂아 두던 빈 화분에도 줬다.
파란 잎이 보이긴 하지만 잡초라 방치 했었는데
오늘은 어째 그냥 지나치기 미안해서 물을 줬다.
비록 소용될 것이 아니더라도
그도 분명 내 울타리 안의 생명인데
하얗게 말라버린 화분이 거시기했나보다.
봄 되면
저 빈 화분에서 어떤 생명이 움틀지 궁금하다.
물 주고 들어와
무료함을 달래려 대나무를 다듬는다.
걸름망을 만들까, 쪽박을 만들까...
뻑뻑한 목을 감싸며 고개를 드니
볼품없는 플라스틱 대야에 얹힌 채
그모습 그대로 견뎌온 녀석들이 남같지 않다.
저 녀석들 만났던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29년이라니...
금년엔 서너개만 피우거라.
꽃 진 뒤의 초췌한 네 모습이 싫구나.
-11.01.18 강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