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주히 오가던 차들은 어둠에 눌려 보이지 않고 좌회전 신호를 재촉하는 노란 깜빡이들만이 지금 나가지 않으면 큰일이라도 날 것처럼 조급하게 좌회전 신호를 조르다가 신호가 들어오자마자 시위 떠난 화살처럼 숨 가쁘게 삼거리를 휘돌아간다. 어디로... 왜...라는 쓸데없는 궁금증이 일다가도 미끌미끌한 그릇이 고무장갑에서 빠져나가려는 통에 그것 움켜쥔 손에 힘이 실리면서 의미 없던 궁금증도 스르르 사라지고 외발로 선 새처럼 왼발 엄지를 오른발 등에 세워 다리 쉼을 한다. 눈은 삼거리의 신호등에 멈추고 손은 설거지에 바쁘고 생각은 홍길동 분신처럼 흩어져 헤매는데 딸내미가 사준 블루투스 스피커에선 귀에 익은 Scorpions의 Holiday가 흘러나와 축 처진 할배의 어깨를 부추기고 있다...^^ -2021.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