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밖을 내다보던 아내가
처녀 땐 비오는 걸 좋아했는데...라고
혼잣말로 중얼거리기에
나는 지금도 좋아한다고 했더니
영감은 아직도 청춘인데
나만 ‘늙었나보네’라며 웃습니다.
7남매 중 장녀로 나서
가사와 농사일로 동동거리면서
유일한 휴식이었을 비가
좋지 않을 수 없었음을 짐작하니
그 시절 비를 좋아했다는 말이
괜한 말이 아님을 알기에
괜히 또 거시기한 마음이었습니다.
나 또한 그와 비슷한 이유로
비를 좋아했을지도 모를 일인데
비 좋아하는 게 청춘이라니
이건 미처 생각지 못한 것이라
그렇게 연결 지어지는
그 둘의 관계가 궁금했지만
왠지 그럴 것 같다는
근거 없는 생각이 들어서
굳이 그 이유는 묻지 않았네요.
예년에 비해서 길어진 장마와
뒤이어 들이닥친 연속적인 폭우로
세상이 온통 물 폭탄 맞은 듯하고
그 후유증 또한 만만찮은 지금
비에 대한 언급이 조심스럽지만
가랑비 가랑가랑한 아침에
그냥 그렇게 또
철없는 주제로 아침을 엽니다.
-2020.09.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