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소리

그냥...

강 바람 2020. 9. 18. 10:29

창밖을 내다보던 아내가

처녀 땐 비오는 걸 좋아했는데...라고

혼잣말로 중얼거리기에

나는 지금도 좋아한다고 했더니

영감은 아직도 청춘인데

나만 늙었나보네라며 웃습니다.

 

7남매 중 장녀로 나서

가사와 농사일로 동동거리면서

유일한 휴식이었을 비가

좋지 않을 수 없었음을 짐작하니

그 시절 비를 좋아했다는 말이

괜한 말이 아님을 알기에

괜히 또 거시기한 마음이었습니다.

 

나 또한 그와 비슷한 이유로

비를 좋아했을지도 모를 일인데

비 좋아하는 게 청춘이라니

이건 미처 생각지 못한 것이라

그렇게 연결 지어지는

그 둘의 관계가 궁금했지만

왠지 그럴 것 같다는

근거 없는 생각이 들어서

굳이 그 이유는 묻지 않았네요.

 

예년에 비해서 길어진 장마와

뒤이어 들이닥친 연속적인 폭우로

세상이 온통 물 폭탄 맞은 듯하고

그 후유증 또한 만만찮은 지금

비에 대한 언급이 조심스럽지만

가랑비 가랑가랑한 아침에

그냥 그렇게 또

철없는 주제로 아침을 엽니다.

 

-2020.09.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