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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바람 2020. 12. 7. 20:53

Legends of the Fall (가을의 전설 )OST The Ludlows - James Horner

 

안녕들 하세요?
‘밥 먹는 게 일이다.’
이 말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한 달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네요.
앞으로의 한 달은
또 어떻게 보내게 될지도 모르겠고요.
서툰 할매의 외손잡이도 균형이 잡혀가기에
“많이 늘었네?” 했더니
“묵고 살아야하니까”라며 씩 웃습니다.
하루 세끼 밥 먹는 게 얼마나 대단한 일이며
그것을 위해 어떤 수고를 하는지 알게 됐으니
이 상황이 제자리로 돌아가더라도
예전처럼 외면하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쌀값이 얼만지,
김치찌개용 돼지고기는 어떤 건지,
생미역은 어떻게 무치는지,
콩나물이 끓고 있을 때
뚜껑을 열면 안 되는 이유도 알고
김장양념에 무엇무엇이 들어가는지도 알고
어떻게 만드는지도 배웠습니다.

 

어제는 배추 서른다섯 포기 버무렸습니다.
자그마치 세 시간 동안이나요.
금년 배추가 작년보다 잘 자라는 바람에
포기기준으로 준비한 양념이 부족했고
그런 이유로 내친김에 백김치에 도전해서
모양만이라도 그럴듯하게 마무리 했습니다.
수육용 고기 사오는 건 실수가 있었지만
그런대로 김장 뒤풀이도 잘했고요

 

이런저런 모자라는 것도 있고
시행착오도 있지만
너무 걱정하지는 않습니다.
주부수업이 그리 녹녹치 않다는 건
매일매일 배우고 있고요.
아내는 열 몇 살부터 배우기 시작한 걸
저는 일흔다섯에 배우고 있으니
아무리 배운들 할매 따라갈 순 없지만
모자라면 모자란 대로
우린 그렇게 또 살아 갈 겁니다.

 

원하지 않았지만 일어난 일이고
그 일로 우리의 일상이 휘둘리고 있으나
그로해서 우리는
서로의 입장이 되어 돌아볼 수 있으니
그것은 그것대로 또 하나의 의미겠지요?
영화에 나오는 영혼체인지가 아니라
느닷없이 닥친 현실에서의 역할교체로
그렇게 또 배우며 익어가고 있습니다.
오랜만에 몇 자 적었습니다.
남녘에는 아직도 가을이 남아있습니다...^^

 

-2020.12.08 강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