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끗하게 벗겨진 삼나무 껍질입니다.
장승 얼굴을 투각으로 파든지
멋진 글씨를 새겨서 벽걸이로 쓰면 딱 좋겠지만
생각일 뿐, 내 실력에 맞게 화분을 만들었습니다.
예전엔 나도 한 꼼꼼 한다했는데
역설적이게도
칫수와 재단이 중요한 나무를 만난 뒤로
재고 겨누고 따지는 게 더 서툴어졌으니
참말로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오늘 아침은 평소보다 일찍 일어났습니다.
어제 과수원에서 자생하는 녀석들을 업어 왔는데
밤사이 그들의 안부가 궁금해서 일찍 깼는지도 모르겠네요.
이 녀석은 딸기(뱀딸기? 풀딸기?)인데
번식력이 좋은 것 같아서 업어왔습니다.
줄기가 땅에 닿으면 그 닿은 자리에서 뿌리가 생기고
또 줄기가 크고 뻗다가 땅에 닿으면 뿌리가 생기고...
이런 생명력이라면 키우는데 별 문제 없지 싶어서 데리고 왔는데
글쎄요. 키워봐야 알겠지만...
암튼 삼나무 화분에 옮겨 심고 물을 줬더니
늘어져 있던 허리가 꼿꼿하게 섭니다.
물 먹으면 짙어지는 삼나무의 색깔이
파란 잎과 흰 마사토와 잘 어울려서
그릇과는 또 다른 맛입니다.
그리고 또 한 녀석은
무슨 풀인지 이름도 모르는데
지금은 작지만 줄기가 튼실한 걸 보니
이 역시 생명력이 질길 것 같아서 데리고 왔습니다.
지난번 도편수님께 얻어온 반원 형태의 화분이
마땅한 심을거리가 없어 빈 채로 있던 차에
녀석을 거기에 옮겨 심었습니다.
흙을 많이 얹기 위해서 전복 껍질을 세웠구요.
이쁘고 귀한 녀석들도 많은데
하필이면 이름도 모르는 풀이냐고 하겠지만
잘나고 화려하고 귀한 녀석은
즐기는 게 아니라 집착하게 됨이 싫고
화분에 심다 보니 생사에 신경쓰이는 게 부담되니
이런 저런 이유로 흔하고 질긴 녀석들을 키우게되나봅니다.
오늘, 이 녀석들을 보면서 民草란 단어를 떠올렸습니다.
그렇게 오늘 화분 두개를 늘였습니다.
아침 밥 먹고 무심히 녀석들을 내려다 보고 있는데
아내가 묻습니다.
"뭔교?"
"모린다."
"이름은요?"
"모린다."
"꽃은 피는교?"
"모린다...."
"..........."
해놓고 봐도 참 멋대가리 없는 대화라서
그거 눙칠라고 한마디 한다는 게
"아까는 늘어져있었는데 물 주니 생기가 도네..."했더니
"물 먹으면 당연히 생기가 돌지..."하면서 히죽 웃데요.
"???...." 왜 히죽 웃을까 싶어 쳐다보다가
나도 따라 웃고 말았습니다.
아내는 어느새 짖궂은 할매가 돼 있었네요.
아내가 한잔 하자 해서
맥주 몇잔 마시고 왔는데
어째 영 신경쓰입니다....^_^
-07.06.04 강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