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불면 바람 쐬고
비 오면 비 맞고
적당히 양보하고 적당히 경쟁하며
자연의 순리따라 잘 살고 있는 녀석을
내 눈 즐겁자고 퍼 와서는
볕도 바람도 부족한 좁은 공간에 가두었더니
적응키 힘들었던지 며칠을 비실거리다가 깨어난다.
기특하게도
그 답답한 공간에서도 꽃을 피우고
번식을 위한 노력도 쉬지 않는다.
산다는 게 바로 그런 건지도 모르겠다.
가다가 멈추려니 했던 줄기는
하루가 다르게 쭉쭉 뻗어나는데
길게 뻗은 그 무게가 버거우련만
꼿꼿하게 견디는 힘은 어디에서 나왔을까?
빈 화분에 마사를 채우고
물 흠뻑 먹여서 곁에 두었더니
기다리기라도 했던 듯 어느새 뿌리를 내린다.
꽃 피우고 열매 맺기에도 힘겨울 어미는
녀석이 뿌리를 내린 뒤에도 모정을 끊지 못하고 있으니
모르긴 해도
녀석의 뿌리가 튼실해지고 꽃 피우고 열매 맺은 뒤에도
어미는 그 줄 차마 끊지 못하겠지.
그로해서 제 몸이 말라 시들지언정...
끊지 못함은 어미의 안쓰러움인가.
잡고 있음은 새끼의 두려움인가.
며칠을 두고 보다가
분가한 녀석의 뿌리를 확인하고 탯줄을 싹둑 잘라 주었다.
어차피 홀로 서야할 생이기에
주제 넘게도 대신 자르긴 했다만,
딸기의 입장이 아닌, 사람의 입장으로 행한 일이
잘한 일인지, 못한 일인지 나도 모르겠다.
무럭무럭 잘 자라서
어미가 그랬던 것처럼
꽃 피우고 열매 맺고
줄기 뻗어 번식도 잘 해주길 바랄뿐.
꽃 진지 2주가 되어도 열매 형태만 있더니
잘라 낸 그 덕분이었는지
감싸고 있던 받침을 열면서 빨간 열매를 내보이는데
참 앙증맞고 대견하다.
저거 얻자고 얼마나 바둥거렸을꼬...
미안타.
내 이기심이 널 힘들게 했다만
다른 뜻 있었겠느냐? 네가 좋아 그런 것을...
이제, 남은 저 열매 여물고 나면
온전히 저만을 위해 살 수 있으려나?.
뭔가 딱 한마디만 덧붙이고 싶은데
마땅한 표현이 떠오르질 않는다.
뭔가 딱 한마디 하고 싶은데...^_^
-07.07.10 강바람-
'바람소리 > 작은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솟대와 쌍둥이 (0) | 2007.08.19 |
---|---|
주인눔 백 (0) | 2007.08.03 |
인연이 여기까지인 걸... (0) | 2007.07.01 |
기다림 (0) | 2007.06.22 |
오늘 일진이...ㅜ (0) | 2007.06.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