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녀가 벌써 다섯살이라 둘째를 많이 기다려 왔습니다.
시댁에선 물론이고, 친정부모로서도 은근히 걱정이었는데
지난 7월 초순에 다니러 왔기에
온 김에 솟대를 하나 만들어 보냈습니다.
식구가 셋이라서 위에 큰넘으로 한쌍을 올리고
아래에 작은 녀석을 덧붙여 놓고 보니
이참에 아예 외할배의 마음을 전하고 싶었지요.
그래서 작은 녀석을 한마리 더 붙이고는
모두 네마리를 얹어설랑 들려 보냈습니다.
손녀에게
"젤 아래 작은 건 연우 동생이데이~~" 하며...
그랬는데 얼마 후 딸에게서 문자가 왔습니다.
"아빠가 만들어 준 새들 덕분에
우리집에도 식구가 하나 늘 것 같아용~~~고마워용(^^)ㅋㅋ"
참 반가운 소식에 금방이라도 아이를 본 듯이 기분이 좋더군요.
그랬는데
다시 2주쯤 지난 어느날
"아빠~! 병원에 갔더니 쌍둥이래요"
머~~~~~엉 했더랬습니다.
솟대 만들때 품은 할배의 염원이
삼신할매한테 곱배기로 통했던가 봅니다. ㅎㅎ
첫아이 낳았을 때,
아이는 엄마가 키워야 하고,
아버지 때문에 갇혀 산 세월이 미안해서라도
네 엄마, 해방 좀 시켜야 된다는 명분으로
애 좀 봐 달라는 딸의 부탁을 냉정하게 거절했었는데
이쯤 되고 보니 저도 어쩔 수 없더군요.
벌써 몸이 무겁고 힘들다기에 어제 친정으로 불렀습니다.
할배야 좋은데 할매는 당분간 꼼짝 못할 듯 하니
이제 우리집 할매 클났습니다.
이 참에
다섯마리 한 가족으로 다시 만들어 줘야겠네요.
이번에는
점지해 주신 귀한 생명 순산할 수 있게 해주십사 빌면서...
아직도 더운 밤입니다.
오늘도 편안한 밤, 시원한 밤들 되이소...^_^
-07.08.19 강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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