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소리/할배랑 아이랑
녀석이 혼자 폼 잡고 찍은 첫 셀카 사진입니다.
V는 여전한데 딴에는 긴장했던가 보네요.
눈이 가운데로 몰린 걸 보니 렌즈를 뚫어져라 쳐다 본 듯...ㅎ
오늘 아침엔 3년전 첫 걸을 뗄때의 모습을 설명해 줬더니
기억에도 없을 그 모습을 깔깔거리며 재현했네요.
할배는 멀찌감치 나 앉아 손뼉 치며 부르고,
엉거주춤 섰다가 넘어질듯 말듯 뒤뚱거리며
한발씩 내 디뎌 어렵게 할배 품에 안기던 녀석이
어느새 카메라를 들고 사진 찍는 아이로 커 있군요.
오늘 이녀석에게 동생이 생겼습니다.
그것도 한꺼번에 둘씩이나...
그 동안 조바심으로 지켜 보며
혹여 할배의 口業이 녀석들에게 미칠세라 조심하고
덕은 쌓지 못하더라도
나쁜 마음은 먹지 않으려 또 조심하며 기다렸는데
다행스럽게도 건강한 외손자를 둘씩이나 얻었으니
그저 고맙고 기쁜 마음입니다.
머잖아 요 작은 녀석들도
기다가 서고, 섰다가 걷고, 걷다가 뛰는 날 있겠지요.
사진 찍는 것조차 조심스러워 녀석들의 표정은 담지 못했습니다.
몇주전에 얻언 놓은 소태나무 똥가리립니다.
무늬가 태아를 닮은 쌍둥이 똥가린데
이것 얻어 놓고도 칠만 해뒀습니다.
섣불리 뭘 어쩌구저쩌구하는 것 역시 조심스러워서요.
이것으로 무얼 할지는
이름이 정해진 뒤에 생각해봐야 겠습니다.
외할배 생일 다음날에 태어났으니
생일선물로는 최상의 선물이었고
녀석들 생일은 잊지 않을 듯 싶네요.
봄바람 타고 온 녀석들,
아직은 여린 풀꽃처럼 작은 바람에도 흔들리지만
아무쪼록
건강하게 무럭무럭 잘 자라주길 빌어봅니다....^_^
-08.03.07 강바람(03.09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