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소리/방문·만남
<작은 상처에도 쉬 끊어지는 썩은 새끼줄 한 뼘만도 못한연약한 그 인연의 고리를 어떤 이는 품속에 깊이 갈무리하고 어떤 이는 부러 생채기를 내기도합디다.그 끝을 어찌 알겠습니까마는 내 인연들은 요란하게 왔다가 시끌벅적 떠나기보다 살금살금 왔다가 평생을 머물렀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이 인연을 처음 만나서 했던 말이었습니다.
그렇긴 했지만,
그 연의 고리를 이리 오래토록 잡고 있을 줄은 저도 몰랐습니다.
제 딸인양 했습니다.아님, 막내 조카라 여겼는지도 모르고요.흔적이 궁금해서 그 언저리를 지나칠 때마다 기웃거리기도 했는데4년만에 해후했지요. 그것도 사이버에서...그리고 씩씩하게 사는 모습을 봤습니다.예전과 다른 꽃씨를 그곳에서 봤지요.아이의 순진함만 기억 하고 있었더니순진한 아이는 당차되 아름다운 농꾼이 돼 있었습니다.
쉽지 않은 그 일을 즐거움으로 가꾸어 가는 모습이 얼마나 대견하고 반갑고 흐뭇했던지주절주절 지껄이며 편한 마음으로 하루를 머물다 왔습니다.
처음 보는 꼭두쇠님의 호의로 자정까지 주사도 부렸고그렇게 또 다른 인연고리 하나 갈무리 했고요.
준비한 아침상에 정성이 가득한데
마주 앉은 얼굴에 발그레 홍조가 올랐더군요.
아마도, 친정아비께 첫상 올리는 딸의 염려였는지도 모릅니다.
고개도 들지 않고 그릇을 비웠습니다.
자칫 코끝 찡한 인연의 감정을 들킬까 염려되서요...
자목련에 아침 바람이 거세게 불어 옵니다.
이 인연에게도 그런 모진 바람이 불어 올지 모릅니다.
흔들리긴 하지만 꺾이지 않는
저 나무처럼, 풀처럼 그렇게
그 바람 잘 견뎌주길 마음으로 빌었습니다.
하늘선이 아름다운 그곳에서
단돈 오만원짜리 헌 집을
새집으로 가꿀 꿈에 한껏 부풀어 있는,
작은 병아리 서너 마리에 아이처럼 종알대며
서둘러 녀석들에게 새집 지어 주는 넉넉한 그 인연들에게
아름다운 그 마음에 단 한줄의 실금도 생기지 않고
온전히 온전히 지켜갈 수 있기를 빌어봅니다.
아름다운 인연들께 감사드립니다.
고맙습니다...^_^
-08.04.25 강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