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소리/방문·만남

외상장부

강 바람 2008. 9. 27. 12:06

금년엔 좀 일찍 갈바람이 났네요.

요녀석들 따라 그냥 떠나봅니다.

겨우 1박2일이지만...

 

 

따뜻한 남쪽나라에 살다보니

내 동네만 따시면 남의 동네도 따실줄 알고 반팔로 나섰는데

가을비 내리는 추부는 달달달...춥고 배고프고...

약국에 쪼그리고 앉아 순서를 기다리니

몰골이 안돼 보였던지 약 대신 추어탕을 권하시네요.

아삭깔끔한 인삼튀김...얼큰시원한 국물...

떨리던 몸도 고픈 배도 한방에 날아 가는 기막힌 처방...

약값은 고사하고...운동화까지 한 자루 얻어 싣고 룰루랄라...

명산님 고맙심더...약값은 장부에 적어 놓겠습니다.

어떻게든 외상은 값아야겠기에... 

 

 

청주에 들렀더니

버선발....은 아니지만

함박 웃음으로 반겨주시는 별장지기님...여련화님...

그들의 밝은 표정이 더 없이 고맙고... 

세상에나....병문안 갔다가 오히려 대접 받고...그도 모자라 한아름 안기까지...

 

 

뒤통수가 부끄러워... 요 작은 넘을 슬그머니...

정한수 한잔 올리고 두 손 모았습니다.

"세상의 모든 신들이시여...그저 잘 아시지요?"...들어 주시리라 믿으며...

득달같이 달려오신 대소리님...

수척한 모습이긴 했지만 지난번 보다 훨 밝은 모습이 고맙고...

편찮은 몸으로...생업에 바쁜 몸으로...밤길 따라 나서는 그 마음들...

만류했어야 했는데...

한 밤중에 돌아가시는 별장지기님, 여련화님, 대소리님...

이래저래 고맙고 미안코 순탄하시길 바라고...

 

 

들길님 마당에 널린 가을...그 보다 더 가득한 마음들...

푸른별 형님, 초록별님, 정민이...반가웠습니다.

주신 쌍둥이 선물도 외상장부에 적어 놓습니다.

언제나 셋트...웃음들이 가을하늘 만큼이나 맑고 밝은 중년맨님, 풀이님...

님들의 따뜻한 술잔도 장부에 적어두고... 

 

 

 

노는듯하면서도 할일 다하는 로진님....동동동 바지런한 들길님...

밥 주시고... 차 주시고... 술 주시고...재워 주시고...들려 주심도 장부에 적어두고...

여전히 소꿉놀이 신랑각시 같은, 더 젊어진 썬님....그보다 더 젊어진 하늬바람님...

밤늦게 달려와 신새벽에 돌아가시는 그 마음 또한 장부에 적고...

급한 일로 못 오신다는 볼멘 소리의 심마니님의 목소리...그 마음도 장부에 적고...

십리밖에서 알아볼 하얀 웃음의 목산님...바지런하고 당찬 이쁜여우님...

열심이신 그 모습이 고맙고...건네신 따뜻한 웃음과 커피도 장부에 적고...

 

 

정갈하고 맛난 음식으로 주린 배 채워 주신 보현님...

가들걷이의 기쁨까지 주시니 또 장부에 적고...  

 

 

있을 땐 없는 듯... 없을 땐 빈자리가 넓은 비우고님....채우고님...

밤늦게 달려와 끝까지 안내해 주신 그 마음도 장부에 적고...

 

 

짧은 머리때문에 석달은 젊어 진 연이사랑님...

갈아타고 얻어타고 어렵게 찾아 준 그 마음도 장부에 적고...

 

 

돌아오는 길...

흥겨운 가락 속에 스민 애잔함이 가슴 저미게 하는 안데스 음악... 

여정의 피로를 풀게 해주신 이국의 뮤지션들과

반갑게 맞아 주시고 귀한 선물까지 안겨 주신 저문강님...

이렇게 되새김으로 감사드리며...역시 장부에 적어두고...

베스트 드라이버 일벌님...

당찬 여장부 같기도...여린 울보 소녀 같기도한...바람되어님...

태워 주시고 챙겨 주신 그 마음도 장부에 적어 놓습니다.

이렇듯...곳곳에 빚만 쌓고...외상장부는 추억장부가 되고...

 

님들, 제가 빚갚는 그날 까지 늘 건강하셔야 합니다.

고맙습니다...^_^

 

-08.09.27 강바람-

 

'바람소리 > 방문·만남'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각수나라 정모  (0) 2008.12.22
통사공 겨울정모  (0) 2008.12.08
黑米酒 시음  (0) 2008.06.18
꿈의 궁전  (0) 2008.05.26
  (0) 2008.04.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