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회원께서
연로하신 자당님과 동행하여 모임에 오셨습니다.
작은 체구에 거동도 자유롭지 못하신듯 했는데
오시자마자 텃밭에 쪼그리고 앉으셔서 풀을 뽑으시데요.
유심히 바라보고있자니
손놀림이 어찌나 빠르고 힘차시던지요.
당신께서 키우시는 작물이 아님에도
작은 손에 장갑까지 끼시고 풀 뽑기에 여념 없으신데
내 밭이냐 네 밭이냐의 구분은 무의미한
흙과의 조우 그 자체로 즐거워 하시는 모습이
마치, 소꿉놀이하는 동심의 표정이셨습니다.
지나다가"재미있으세요?" 여쭸더니
빙그레 웃으시며 고개를 끄덕이십니다.
다음날
마당에서 또 뵈었는데
처마 밑에 자리한 잡초를 캐고 계셨습니다.
노란 민들레 앞에선 잠시 망설이시는 듯 보였으니
주춤거려지는 어르신의 마음을 조금은 알 것도 같았습니다.
편한 표정을 꼭 찍고 싶었지만
사진기 보시면 불편해 하실 것 같아 결국 찍지 못했네요.
도시에 살고 계시다는 당신께선
그러시기에 더욱 흙이 그리우셨나 봅니다.
그날
어른신의 잠자리는 달고 포근하셨으리라 짐작합니다.
오래오래 건강하세요...^_^
-09.06.10 강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