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는 곳마다 개망초다.
금년엔 유독 흔해 보인다.
서해 새만금 간척지에도
천안 어느 산골에도
속리산 뒷골에도
정선 아우라지역 철로변에도
동해안 풍력발전기의 거대한 바람개비 기둥옆에도 어김없이
개망초꽃은 피어있었다.
농부들이 그랬다지.
'망할놈의 개망초'라고...
뽑아도 뽑아도 돌아서면 돋아나고
밑둥 바짝 잘라도 자고 나면 다시 돋는 풀.
그 성가심을 나라고 모르랴만
오늘 내눈에 든 개망초는 연민이었으니
그것은 순전히
갑자기 쏟아진 소낙비 탓인 듯...
구청에서 강변 산책로 따라 화단을 조성하여
이름깨나 있는 각양각색의 꽃들로 수놓고
잡초는 얼씬도 못하게 풀을 메고 금줄까지 쳐놨는데
그 화려함에서 멀찌감치 떨어져
잔바람에 흔들리는 작고 하얀 무리들...
세상이 어디
화려하고 귀한자들만의 것이던가?
흔하고 쓸모 없다는 이유만으로
이리 채이고 저리 밟히지만
만약 이 세상에 소수의 개망초만 존재한다면
개망초가 아닌, 금흥화라 이름할지도 모를 일.
서러운 그 이름 대물림하며
제대로 사랑 받지도 못하고 힘든 생 이어가지만
들여다 보면 볼 수록 참 이쁜 꽃이다.
화단 한 옆에 한 무리 곱게 옮겨 놓고
'개망초'란 팻말 하나 꽂아 두면 어떨까?
작고 흔하지만
이들도 세상에 존재하는 엄연한 생명인 것을...
서러워 말거라.
그래도 세상에는
너의 그 자잘한 자태 사랑하는 이도 있으니
그것만으로도 네가 살아가야할 이유는 충분하지 않겠느냐?
그 사랑이 사랑 아닌 연민이라 할지라도...
대신, 밭엔 들어가지 말거래이... ^_^
.
.
.
모자라도 쓰고 갔기에 망정이지
자칫 물에 빠진 생쥐꼴 될뻔했다.
(이 녀석은 와 여기 끼어있노?)
비는 멎고
저녁해는 고운데
오리 한 마리 여유롭다.
아니 외로움인가?
평생을 함께한 내 몸이지만
몰랐다.
산을 향해 선 뒷태기 이토록 거시기한줄은...
이젠, 뒷태도 신경 좀 쓰며 살아야겠다...^_^
-09.07.04 강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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