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소리/작은이야기

청사포에서

강 바람 2009. 8. 13. 02:19

잿빛 하늘

하늘색 닮은 바다 

부슬부슬 그 위에 내리는 비

 

달맞이고개를 점령한

성냥곽 같은 집, 집들... 

 

발 묶인 배

침묵한 포구

 

산머리엔 안개가 감돌고

 

파도는 방파제를 넘본다.

 

햐~ 좋을 때다.

내게도 저런 시절이 있었던가?

 

바다를 보면 자꾸 달려가고 싶다.

파도소리에 깨어

파도소리 자장가삼아 잠들던 고향....

언젠가 고향바다에서 고동을 잡다가

물속에 있는 돌들이 어릴 적 모습 그대로인지라

반가운 마음에 아내에게 자랑했지.

'어릴때 바위 그대로 있다'고...

바위에 쪼그리고 앉아 고동을 기다리던 아내는

그게 언제적 일인데 아직 그대로 있느냐고 핀잔을 줬지.

한마디로, 뻥치지 말라는 거였는데 그게 얼마나 억울하던지...

분명 예전에 봤던 그 바위였는데...

 

철부지의 오기로

집체만한 파도를 이기겠다고 버티다가

깨어나보니

바닷가 자갈밭이었고

동무들은 웅성웅성 내려다보는데

등짝은 갈퀴질 한 듯 선혈이 낭자했었지.

 

부딪치고 스러지고

부딪치고 스러지고...

부슬부슬 비내리는 바닷가에 서서

잠시 열살 소년이 되어 파도를 본다.

 

아름다운 추억만큼이나

더러 애잔하기도 한 바다, 고향...

비릿한 그 냄새...

 

그렇게

맥주 한 잔 앞에 놓고 지척의 바다를 본다.

소주잔 든 반쪽이님은 어제 다녀온 그 바다를 떠올렸을테지만

별장지기님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갈매기는

수면을 응시한 채 제자리만 뱅뱅 돌고

바닷날 풀리기만 기다리던 초로의 해녀들은

컨테이너 대기실을 빠져나와 총총히 사라지는데

빈 태왁들만 나란히 서서 비를 맞고 있다.

 

물질도 못하고

고기잡이도 못했지만

'태풍 뒤엔 바닷속이 걸다'했으니

풍어를 꿈꾸며 아쉬움을 삼키겠지.

내 고향 사람들이 그랬듯이...

 

파도는 바람때문에 잠 못 든다지만

바람은 어찌하여 잠 못 들고 이 궁상인지...^_^

  

-09.08.12 강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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