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인듯 따스한 날
주말이면 어김없이 스며드는 곳.
누렁이의 표정이 심드렁하다.
아니, 갑자기 따뜻해지니 나른해서인지도 모르겠다.
이젠 제법 낯이 익어서인지 짖지도 않고...
목련이 이런 모습으로 겨울을 나려나보다.
삼한사온이 사라진 수상한 시절이니
지난 가을부터 필듯 말듯한 철없는 모습이
아직도 이러고 있으니 녀석도 갈피 잡기 어렵겠지.
마른 강아지풀까지 덩달아
살지도 삭지도 못하고 뼈대로만 엉거주춤 서있다.
사진으로만 보면 겨울이라기보다 가을쯤으로,
아니 이른 봄인듯도 한 낯익은 풍경...
몇해전에
뭔가를 만들 요량으로 알뜰하게 갈무리한 나무들이
게으런 주인의 외면으로 비바람에 삭고 세월에 삭아
쪼개진 속살은 푸석푸석한 살점이 마른 스폰지 같다.
아궁이에 넣어도 불땀도 없는 삭은 살들...
이들에게도 분명 짱짱하던 시절이 있었으련만...
난로에 불 지피고 삽작을 내다본다.
그래봐야 올 사람 아무도 없음을 잘 알면서...
그렇게 멀뚱히 하루를 보내고...
유치원 꼬맹이들과 놀고 왔더니 나른하다.
대낮에도 깜깜한 토방에
호젓한 한지등 밝혀 놓고 벌렁 누웠다.
낮잠이라도 자볼 요량이었지만
밤잠도 설치는데 언감생심 낮잠이라니...에구~
음악 열어 놓고
누운 채 두리번거리다가 카메라를 집어 들었다.
흙벽에 내려 앉은 불빛...
황토 닮은 찻잔의 은밀한 색감...
쥔장의 작품에 머문 황토색...
두껍게 쳐진 황토 커텐에
오후 햇살 역시 황토색으로 내려 앉았다.
그렇게 골방에 묻혀 겨울해를 보낸다.
'비워야 채운다' 지만
어찌해야 비워지는지 알지 못하고
'큰 것은 형태가 없다'는데
무엇이 큰 것인지 아직도 모르겠으니
크지도 화려하지도 않지만
눈에 잘 띄는 자잘한 것들에 정주며 살 수밖에...그렇게 또 하루의 실없는 날은 가고...^_^
-10.01.21 강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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