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소리/작은이야기

말벌 사냥

강 바람 2010. 6. 5. 23:51

 

움막집 주방에

꾀죄죄한 사내 둘이 한 끼 식사를 위해 서성거리는데

주먹만한 말벌 한 마리가 정신 사납게 날아 들었다.

윙윙~~울리는 날개소리는 거의 위협 수준이다.

한 사내가 살충제를 집어 들고 사정없이 발사 했더니

말벌은 창문 구석에 머릴 박고 발발 떨며 제자리 돌림을 한다.

그 사내, 집게로 잽싸게 말벌을 집더니 '행님....' 하며 나를 바라본다.  

날 더러 죽이라는 거다.

'니가 해라'  

'행님이 잡으소'

'날려 보내라'

그렇게 옥신각신하다가 종이컵에 가뒀다.

날개 떠는 소리 귓전으로 들으며 모른척 돌아 섰다.

 

 

다음날 아침 살짝 열어 봤더니 이렇게 됐다.

바람 좀 불어 줬더라면 탈출할 수도 있었을 텐데

녀석에게 그런 행운이 주어지질 못했나보다.

 

'말벌이 꿀벌 사냥하는 거 봤지요?

저 녀석 한 마리가 꿀벌 수 천마리 작살 낸답니다'

'응....'

'꿀벌이 말벌을 공격할 때 우짜는지 아는교?'

'우짜는데?"

'꿀벌이 떼로 에워싸서 데워 죽인다네요.'

'.........'

애써, 말벌의 위험성을 들춰 보지만

그런다고 뭐 달라질 게 있으랴?

사람도 자연의 일부고

그 또한 자기방어를 위한 어쩔 수 없는 것을...

다만, 사람이기에 사람의 정으로 쪼매 거시기하다는 거지...

 

 

매화 반기던 게 겨우 두어 달 전인데

어느새 굵어진 매실이 싱그럽다.

 

-10.06.05 강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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