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소리/작은이야기

님도 보고 뽕도 따고...

강 바람 2010. 4. 6. 14:50

 개불알풀꽃

나른한 봄날에 길곡님 농장에 갔더니  

쏙쏙 올라오는 이름도 모를 꽃들이 지천에 깔려

한 발 내딛기 조차 조심스럽습니다.

이곳저곳 배회하다가 문득,

나물 좋아하는 아내가 생각나서 전화를 했습니다.

 

 

 이름 모름

'쑥을 어떻게 캐노?'                                                                                                   

'칼로 밑둥을 자르면 되지...'

'손으로 뜯으면 안돼나?'

'손으로 뜯으면 잡풀도 딸려 나오니 고마 칼로 하이소.'

 

 

냉이꽃

평생 나물 캐기를 해봤어야 알지요.

뿌리도 괜찮은지...웃자란 거 잘라도 되는지...

시시콜콜 물어 보고 풀밭을 헤맸습니다.

 

 

머위꽃

머위 잎만 알지 꽃은 금년에 첨 봅니다.

작년에도 피었었겠지만 제가 무지한 탓에

이게 머위 꽃이란 걸 이제야 알게 된 거지요,

 

 

민들레

쑥 캔다고 엎드려 있으니 온 몸은 쑤시고 결리고 뒤틀립니다.

에고~ 청승시러분 할배라니...쯧

 

 

제비꽃

그렇게 헤매다 제비꽃도 만났습니다.

봄이면 젤 먼저 궁금한 게 제비꽃 안부였는데 말입니다.

꼭 잊었던 님 만난 듯했습니다.

 

 

노랑제비꽃

허벅지 땡기면 풀꽃 한 번 보고

허리 아프면 지는 매화 올려다 보고

옆구리 뒤틀리면 다리 뻗고 앉아 자두꽃 바라보며

 

 

한 시간 쯤 헤매어 이만큼 캤습니다.

'한 끼 묵을만큼만 캐오이소' 그랬는데

적어도 두 세끼는 먹을 수 있을 것 같으니

이러다 내리 쑥국만 먹게 되는 건 아닐지...

 

 

자두꽃

나른한 오후

화사한 꽃잎에 머문 햇살이 눈부십니다.

집에 돌아와 비닐 봉투를 내밀었더니

할매가 대견한 듯 바라봅니다.

님 보고 뽕도 따고...

그렇게

봄날은 가고 있습니다.

 

-10.04.05 강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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