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소리/작은이야기

자장면

강 바람 2010. 3. 20. 12:19

 

'자장면 한 그릇 사주이소.’
‘웬 자장면?’
‘며칠 전부터 먹고 싶었는데 티비에 나오는 거보니...’

'시키면는 되지 새삼시럽게 묻기는...'

'당신이 사주는 거로 묵고 싶어서...'
‘시켜라.’
‘뭐 시킬까요?’
‘맛있는 거로...’
그렇게 시킨 자장면을 마주 앉아 먹다가
‘그런데 와 자장면이 먹고 싶었는데?’
‘옛날, 한 그릇 사달라고 했는데 안 사줬잖아요.’
‘언제??’
‘처음 임신했을 때...’
‘엥? 그럼 말을 하지.’
‘했는데도 그냥 먹자고 해서...’
삼십 칠년 전 이야길 꺼내는 걸 보니 많이 서운했던가보다.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다가 짓궂게 한 마디 했다.
‘설마, 지금 임신한 건 아니제? ㅋㅋ’
어이없다는 듯 쳐다보는 입술에 까만 춘장이 반질반질하다.

 

-10.03.19 강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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