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누린내에
코를 벌름거리며 내다봤더니
다리 뻗고 앉아 다림질을 한다.
내 주름만큼이나 쪼글쪼글한
하늘색 무명 천 위로
뜨거운 다리미 한차례 지나면
반지르르 각진 손수건이 산뜻하다.
손수건 선물은 이별이라기에
그래서 선물했다.
겉보리 서말만 있어도 처가살이 안 한다는 시절에
무남독녀와 삼대독자는 잘못된 만남이었으니
내가 감당할 수 없는 그 버거움에 눌려
슬쩍 찔러주고 돌아설 때
의외로 눈물은 내게서 먼저 흘렀다.
아니 돌아보지 않았으니
내가 먼저였는지 나중이었는지 모르고
아예 울지 않았거나 웃었는지도 모르면서
반세기 가깝도록
그녀도 틀림없이 울었을 거라고 믿어왔다.
영감 인기척을 느꼈음인지
올려다보며 왜냐고 눈으로 묻는다.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돌아서는데
그때 그녀가 당신이 아니어서
그래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미안함이거나 혹은
고마움인지도 모른다.
-2017.07.07. 강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