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소리/작은이야기

청둥오리

강 바람 2017. 2. 7. 12:46
모음곡

며칠 전만해도  
암수가 나란히 붙어서 애정행각을 벌이더니



오늘 보니

수놈은 간데없고 암컷들만 강심에 모여 졸고 있다.
“숫놈들이 안 보이는 것 보니 벌써 바이바이 했나보네”
“와요?”
“와는...짝짓기 끝났으니까.”
“같이 안 사는교?”
부부애 좋기로 소문난 원앙도 

사실은 짝짓기 끝나면 바로 떠난다 카던데

이놈들은 우야는지 모르겠네... ”
“하여튼 남자들이란...”

"태어나기를 그래 났으니 우야겠노."
잠시 뜸들이더니 슬그머니 시비를 건다.
"당신도 가고 싶으면 미리 말하이소~”
"힘 빠진 할배 받아 줄 정신없는 할매 있을라나?”
“있으면 갈라꼬?”
"글쎄......."

쪼매 더 놀려주려는데 
때마침 레저용 보트가 물살을 가르며 달려오니 
놀란 오리들은 수면을 박차고 날기 시작한다.
“와~~!”
금방 한 말은 어느새 잊었는지

할매는 오리 떼 좇느라 여념 없고   
출렁이는 강심엔 
햇살이 부서지고 있었다.


-2017.02.07 강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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