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소리/작은이야기

자정을 기다리며

강 바람 2017. 1. 21. 18:28

 

 

정수기에 물통을 받쳐놓고

아내는 세탁기에 빨랫감을 우겨넣고 있다.

쪼르르르~~~

물 떨어지는 소리에 신경이 쓰여서

나는 손발 멈추고 정수기만 응시한다.

세탁기 돌리고 들어오던 아내는

반쯤 찬 물통을 힐끗 보더니

아랑곳하지 않고 돌아서서 찌개 간을 본다.

식탁에 앉아 눈으로 물통을 지키다가

더 이상 바라볼 수 없어서 정수기로 향하는데

아내가 돌아서며 정수기 꼭지를 잠근다.

아슬아슬하다.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고

가끔은 넘쳐서 물난리를 겪기도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각인지 배짱인지 그 버릇(?)은 여전하니   

우엣기나 참 불가사의한 할매다.

 

밀대로 방청소를 하는데

물소리가 또 들린다.

하던일 멈추고 물끄러미 지켜보니  

이번에도 넘치기 전에 꼭지를 잠그는데  

그때 비로소 알았다. 

나는 눈으로 확인하는데  

아내는 귀로 확인한다는 걸...

늘 바쁘게 동동거리다보니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그렇게 진화했나보다.

제사준비 끝내고 자정을 기다린다.

  

-17.01.21 강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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