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기에 물통을 받쳐놓고
아내는 세탁기에 빨랫감을 우겨넣고 있다.
쪼르르르~~~
물 떨어지는 소리에 신경이 쓰여서
나는 손발 멈추고 정수기만 응시한다.
세탁기 돌리고 들어오던 아내는
반쯤 찬 물통을 힐끗 보더니
아랑곳하지 않고 돌아서서 찌개 간을 본다.
식탁에 앉아 눈으로 물통을 지키다가
더 이상 바라볼 수 없어서 정수기로 향하는데
아내가 돌아서며 정수기 꼭지를 잠근다.
아슬아슬하다.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고
가끔은 넘쳐서 물난리를 겪기도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각인지 배짱인지 그 버릇(?)은 여전하니
우엣기나 참 불가사의한 할매다.
밀대로 방청소를 하는데
물소리가 또 들린다.
하던일 멈추고 물끄러미 지켜보니
이번에도 넘치기 전에 꼭지를 잠그는데
그때 비로소 알았다.
나는 눈으로 확인하는데
아내는 귀로 확인한다는 걸...
늘 바쁘게 동동거리다보니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그렇게 진화했나보다.
제사준비 끝내고 자정을 기다린다.
-17.01.21 강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