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필이면 일요일에..."
뭐 작업하다보면 베이기도 하는 거지만
어젠 좀 심하게 당했는데
병원도 휴진이고 할매도 외출중이니
급한대로 일회용 밴드를 둘렀지만
그걸로는 감당되지 않아
휴지 둘둘감고 까만 전기테이프로 압박했다.
그 상태로 미련한 하루를 보내고
아침에 살짝 풀어보니 피는 멎었는데
벌어 진 상처가 마치 반쯤 벌린 상어 입 같다.
약국에 가서 응급약품을 사다가 처치하고
대나무를 쪼개어 부목을 댔다.
부목가운데엔 바람구멍도 내고
다시 작업대에 앉으려니 핀잔이 날아든다.
"그래가지고도 또 앉았는교?"
그러거나 말거나 검지 치켜들고 작업하려니
내가 생각해도 거시기 하기는 하다.
이제 예정된 알바꺼리는 시월로 끝이고
11월부터는 다시 백수라
혹시 여행이라도 가게 된다면
필요하겠다 싶어 준비 중이었는데
길은 언제나 설렘이고
그 설렘을 억제하지 못해
마음이 먼저 나대다가 사고치고 말았으니
이 또한 나이 먹어도 고쳐지지 않는
내 오래된 병 중에 하나지만
어쩌랴, 굳이 고치고 싶지 않은 것을...
졸졸 흐르는 시냇가에
크지는 않지만 왠지 듬직한 바위와
살짝 비켜선 키 작은 소나무
그 뒤 어둑한 계곡을 배경으로
애기단풍 한그루 빨갛게 물들고
속 보이는 맑은 물 위에
고사리 손 같은 단풍잎 떠가는
그런 소담한 풍경이면 족하다.
마른대지에
토닥토닥 비 떨어지는 소리도 좋고
붉은 황토에
점점이 박히는 빗방울도 때론 즐거움이니
온 산을 붉게 물들인
가을산까지 곁들인다면 금상첨화겠지만
그걸 핑계로 낯익은 얼굴 하나 만날 수 있다면
그럴수 있다면 그 또한 좋지 아니한가.
언제 떠날지도 모르는 그 길을
마음 저 먼저 분주히 떠나고 있다... ^^
-2017.10.23 강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