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ky, Blue Canvas - Acoustic Cafe
농경지로 사용하던 땅이라 잡풀은 보이지 않고
우직한 중장비를 용케 피한 키 작은 노란민들레와
가녀린 냉이 꽃이 허허벌판에서 잘게 흔들리고 있다.
민초(民草)...
백성 닮았다는 뜻일까?
궁색한 초봄에 궁핍을 달래던 풀이라서 그럴까?
냉이와 달래는 물론, 소나무 속껍질도 먹어봤으니
그 말뜻 짐작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그래도 그렇지, 백성을 풀에 비유하다니...
빨간 깃발을 꽂아놓았으니
힘없는 민들레의 운명은 새삼 말해 뭣하랴.
만들기 전 이름은 도시계획(都市計劃)
만든 뒤의 이름은 계획도시(計劃都市)
이름이야 무엇이든 간에
그 계획 속에 부디 민초들의 삶도 함께할 수 있기를...
낡은 비닐하우스 안에서
토마토 선별작업에 여념 없는 사람과 말 섞어 봤다.
잘 됐다고 하는 사람
어디 가서 뭘 해먹고 살지 걱정이라는 사람
못내 아쉬워하는 사람
파 값이 똥값이라 수확을 미루는 사람...
득이든 손해든 정해진 시간이 있으니
그들도 곧 떠나야할 것이다.
"왜 그렇게 엎드렸어?"
"들바람이 장난 아니거든요."
"땅기운이 더 찰 텐데?"
"보기엔 그래도 묵은 풀 위에 앉아서 괜찮아요."
"저기 쟤는 당당하게 섰잖아."
"아~ 걔는 풀숲이라 볕 다툼하잖아요."
"넌 안 해도 돼?"
"벌판이라 볕은 잘 들어요."
"기계소리 시끄러울 텐데 어때?"
"포크레인이 파헤치고 불도저가 밀어붙이고
거기에 민들레채취 꾼까지 극성이라
매일이 불안의 연속입니다.
할아버지는 무슨 일로 이 벌판까지 나오셨어요?"
"일하러 나왔지."
"아까 보니 땅을 팠다가 메웠다 반복하시던데 왜 그러세요?"
"응, 혹시 땅 밑에 오염물질이 있을까봐 조사하는 거란다."
"그 바람에 제 이웃들이 밟히고 찍혀서 속상해요."
"음~ 나도 좀 미안했어."
"그냥 농사짓던 땅인데 별일 있으려고요."
"몹쓸 이기심 때문에 가끔 별일이 있으니 탈이지."
"그나저나 찬바람이 싫다면서
씨앗은 어찌 그리 높이 품었누?"
"아~ 이거요,
우리 애들 멀리 보내려는데
마침 바람이 알맞게 불어 주네요."
"새끼 보내는 마음이 어떨지는 나도 안다만
너무 쪼그리지 말고 어깨 좀 펴
그렇게 움츠리면 가는 아이들이 편하겠어?
가끔은 바람에 맞서는 모습도 보여줘야지...
부디 좋은 곳에 뿌리내리길 우리 함께 빌자꾸나."
-2020.04.04 강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