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소리/할배랑 아이랑

꼬맹이의 소원은?

강 바람 2006. 10. 7. 08:41

 

추석날
휘영청 둥근달이 떠오르자

아내는 예년과 마찬가지로

베란다에 서서 두 손을 모은다.
무슨 소원을 빌었을지는 아내만 알 일이지만
물어보나 마나 뻔한 것을...

 

손녀에게 달님에게 절하라고 했더니
좀 전에 본 할머니의 흉내를 낸다.
창 밖의 달을 한번 쳐다보고는
앙증맞은 두 손을 공손히 마주하고
아직 중심잡기도 서툰데
달보고 절한다고 굽실거리는 양이
모인 가족들을 한바탕 웃음으로 몰고 간다.

 

무엇을 빌었느냐고 물으니 멍~하니 쳐다본다.
하긴 빈다는 뜻이 무슨 말인지 알기나 하랴...
차근차근 설명 해줬다.
달보고 절하면서
달님 우리 엄마, 아빠 건강하게 해주세요...하라고 했더니
또 베란다로 나간다.

 

무엇을 빌었느냐고

뻐~언한 질문을 또 건넸더니
우물쭈물 말이 없다가 한참만에야 입을 뗀다.
엄마, 아빠 건강하쇼~~했단다.
녀석이 무슨 의민지 알기나 했겠으며

빌기는 무엇을 빌었겠는가.

어른들이 물으니 그냥 들은대로 말했을 테지만

보름달아래서 두 손 모으는 모습만으로도
우리들에겐 즐겁고 행복한 추석날이었다.
녀석에게도 복된 날이었기를...^_^

 

-06년 추석날 할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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