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게
저야 어촌 태생이라서
이 녀석 보면 환장을 하지만
간혹, 징그럽다고 피하는 사람들도 있데요.
그럴 땐
참 희안한 사람도 다 있다 그랬는데
경상도로 이사와서
계피나 방아 안 먹는 나를 보고
참 희안한 사람도 있다는 듯
멀건히 쳐다보는 사람들이 있더라구요.
먹성이 까다롭거나 특이해서가 아니라
제 자란 곳의 음식이
자연스럽게 베인 까닭이겠지요.
이바구가 다른데로 빠질라카니
각설하고,
멍게는 다른 해산물과 달리
먹는 방법이 간편해서 더 좋습니다.
꼭지만 따고 손가락을 쑤~욱 집어 넣어
휘~~ 한바퀴 돌려 쏙 빼내설랑
설렁설렁 맹물에 헹궈서
고개 젖히고 한입에 쏙 집어 넣으면 됩니다.
양념도 필요 없습니다.
초장에 찍어 먹으면
그 향긋한 뒷맛이 반감되므로
그냥 그대로 먹는 게 젤입니다.
우물우물 씹으면 입안에
그 특유의 향내가 정말 쥑입니다.
또 있습니다.
조주 안주로 왔다입니다.
저처럼 술 약한 사람들에겐
소주 특유의 거슬리는 맛까지 감소시켜서
소주 마시기가 영 수월합니다.
술자리 파하고 난 뒤
대야 앞에 쪼르르 달려가서
덤으로 얻어 먹는 그맛.
입안에 가득 물고
어정어정 방파제를 걷는 그맛
해풍을 타고 오는 짭짤한 갯내음과
입안의 향이 어우러진 그 바다 맛.
그리고 또
멍게 묵고 난 뒤의 담배 맛은 정말 쥑이는데
그 맛 모르시는 분들은
하모니카 불고 난 뒤에 한대 피워 보이소.
그 맛이 딱 그맛입니다.
오늘 저녁상에
멍게가 올랐습니다.
술 한잔을 곁들여서 맛있게 먹었습니다.
햇물이라서 살집은 별로였지만
여린 살맛과 향은 정말 좋았습니다.
고로
오늘 저녁은 행복합니다...^_^
-07.03.07 강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