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소리/작은이야기

멍게

강 바람 2007. 3. 7. 21:58

 

멍게

저야 어촌 태생이라서

이 녀석 보면 환장을 하지만

간혹, 징그럽다고 피하는 사람들도 있데요.

그럴 땐

참 희안한 사람도 다 있다 그랬는데

경상도로 이사와서

계피나 방아 안 먹는 나를 보고

참 희안한 사람도 있다는 듯

멀건히 쳐다보는 사람들이 있더라구요.

먹성이 까다롭거나 특이해서가 아니라

제 자란 곳의 음식이

자연스럽게 베인 까닭이겠지요.

이바구가 다른데로 빠질라카니

각설하고,

 

멍게는 다른 해산물과 달리

먹는 방법이 간편해서 더 좋습니다.

꼭지만 따고 손가락을 쑤~욱 집어 넣어

휘~~ 한바퀴 돌려 쏙 빼내설랑

설렁설렁 맹물에 헹궈서

고개 젖히고 한입에 쏙 집어 넣으면 됩니다.

양념도 필요 없습니다.

초장에 찍어 먹으면

그 향긋한 뒷맛이 반감되므로

그냥 그대로 먹는 게 젤입니다.

우물우물 씹으면 입안에

그 특유의 향내가 정말 쥑입니다.

또 있습니다.

조주 안주로 왔다입니다.

저처럼 술 약한 사람들에겐

소주 특유의 거슬리는 맛까지 감소시켜서

소주 마시기가 영 수월합니다.

술자리 파하고 난 뒤

대야 앞에 쪼르르 달려가서

덤으로 얻어 먹는 그맛.

입안에 가득 물고

어정어정 방파제를 걷는 그맛

해풍을 타고 오는 짭짤한 갯내음과

입안의 향이 어우러진 그 바다 맛.

그리고 또

멍게 묵고 난 뒤의 담배 맛은 정말 쥑이는데

 그 맛 모르시는 분들은

하모니카 불고 난 뒤에 한대 피워 보이소.

그 맛이 딱 그맛입니다.

 

오늘 저녁상에

멍게가 올랐습니다.

술 한잔을 곁들여서 맛있게 먹었습니다.

햇물이라서 살집은 별로였지만

여린 살맛과 향은 정말 좋았습니다.

고로

오늘 저녁은 행복합니다...^_^

 

-07.03.07 강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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