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여덟시에 선비님, 반의반쪽님, 막둥이를 만나고
동대구 톨게이트에서 연이사랑님과 합류해서
그렇게 길을 떠납니다.
뭐 특별한 이유가 있겠습니까?
이곳이 무슨 휴게손지도 까묵었습니다.
검색해보면 알일이지만 그냥 넘어갈랍니다.
길 나서면
아이나 어른이나 거기서 거긴가 봅니다.
물론 예순 둘의 할배도 거의 같은 수준이고..
제천에서 일벌님과 바람되어님을 만나고
그렇게 꼬불꼬불 국도따라 가다보니
어느듯 오후 두시가 가까워 오기에 길가에 차를 세웠습니다.
물 만난 고기처럼
바람되어님과 막둥이는 각자의 관심따라 분주한 사이
냇가에 자릴 잡고 라면을 끓입니다.
길가에서 라면 먹을 생각은 아마도
연이사랑님의 계획이 아닌가 싶습니다.
오월 끝의 햇살은 벌써 따가운데
바람은 막 심은 어린 모들을 �힐 기셉니다.
더위 피하고 있는 일벌님 폼이
거지 대장 같습니다...ㅎ
선비님, 연이사랑님, 반의반쪽님은
왕초의 명령의 기다리는 쫄병들 같고...
드디어 라면을 넣습니다.
군침이 돕니다. 배가 고파서가 아니고 그냥 먹고 싶더군요.
혼자 떠난 길에 라면을 끓인다면 얼마나 처량했겠습니까.
평상 밑엔 작은 꽃이 쉬고 있었습니다.
간이역으로 통하는 시멘트 길은 조는 듯 한데
때마침 지나가는 화물열차의 바퀴소리에
너나 없이 그 광경을 바라보고있습니다.
마치, 생전 처음 기차 구경을 하는 아이처럼...
같은 길도 사람이 거기 서 있으니 생기가 돕니다.
기차가 가는 그길 저편에 작은 간이역이 있었습니다.
화물차를 보내고 난 역은 다시 졸고
꽃은 바람에 흔들리고
물가의 찔레꽃은 물소리에 귀 기울이고
먹이 사냥에 바쁜 새들의 다양한 모습이 재밋습니다.
오른쪽 녀석은 공격 직전인것 같고
가운데 녀석은 한마리 꿀꺽한 폼이고
왼쪽 녀석은 살금살금 다가서는 모습이고...
녀석들의 모습을 뒤로 하고 다시 길을 나서서
돌고 돌아 정선의 여랑에 도착하니 네시 반 입니다.
이제 다 온 것 같습니다.
부산 떠난지 여덟시간이 지났네요.
느긋하고
느긋하고
느긋하고
느긋한 모습들
오후의 햇살 아래
시원한 물줄기가 밝게 부서지는
그 모습 조차 느긋하게 보입니다.
그 한 켠의 빈 벤치도...
여랑에서 20여키로 남짓.
낯익은 42번 국도 그 길옆에 낯익은 장승들과
강씨공방 간판이 기다리고 선 공예가님 댁.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현관 앞에서 솟대가 인사합니다.
오랜만에 마주잡은 손.
언제봐도 변함없는 공예가님과 선녀님.
내 오신 닭요리와 제철 산나물에 혹해서
허겁지겁 묵고 마시다 보니 고마 사진 찍는 걸 깜빡...ㅠ
궁금했습니다.
며칠 전에 본 그 새의 모습이 궁금해서
먼저 일어나 마당 구석을 살피고 다녔습니다.
물어보면 금방 알일이지만
그냥 혼자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사진에서 본 나무옹이를 떠올리며 살피다 보니
요렇게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빗물이 떨어질까봐 판재로 추녀도 만들어 줬더군요.
녀석들이 놀랄까 싶어 사진만 찍고 물러났습니다.
아무쪼록 건강하게 훨훨 날 수 있기를 바라며...
정자 옆 웅덩이에 옆에 마른 대추나뭅니다.
신기하게도 생김새가 남자를 닮았습니다.
위에 붙은 잔가지도 꼭 뭣 같고...
암튼 그 자체로도 명품입니다...ㅎㅎ
금낭화 한 컷에
나뭇토막 한 컷 찍고 나니 아풀싸 건전지가 달랑달랑...ㅜ
일차로 대충? 묵고
골지천에 있는 무경님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오랜만에 외손녀가 와서
우선 여기까지만 사진 올립니다.
나머지 사진이 궁금하시겠지만
쪼매만 기다려 주이소. 곧 마저 올리겠습니다.
-07.05.28 강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