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소리/방문·만남
해질 무렵
골지천변에 있는 무경님의 통나무 집으로 갔습니다.
무경님은 부천에 사시는데 밤 늦게 도착하시겠다네요.
공예가님의 인솔로 주인도 없는 집으로 가는데
냉기가 감도는 그 계곡은
가는 그 길이 얼마나 구비구비 돌아가는지
같은 물줄기에 다리를 몇개 건넜는지도 모를 정돕니다.
사방이 산이라서인지 금방 어둠이 찾아 듭니다.
거실 벽에는
멋진 서각 작품과 솟대가 환영인사를 합니다만
둘러볼 여유도 없이
저녁 준비에 여념이 없고
고기굽는 손 놀림이 무척 바쁩니다.
흰옷에 꽁지머리 이 양반이 뉘신지 모르지만 많이 해본 솜씹니다.
하늘에 열흘 달이 구름 속을 흐르고
방 안에선 도란도란 정담이 흐르는데
밤은 깊어가고
기다리던 젊은 부부 나가자님과 뽀야미님도 도착했습니다.
마침 뽀야미님의 생일이랍니다.
생일 케�대신 선녀님께서 준비하신 쑥범벅에
역시 선녀님이 어렵게? 구해오신 초를 꽂고
함께 생일 축가를 불렀습니다.
축가는 고요한 산중 강가로 번지고
둘러앉은 얼굴에는 잔잔하게 미소들이 번집니다.
대구에서부터 쓰던 초까지 준비해오는 마음과
시골동네에 한 곳밖에 없는 제과점에서
잘 먹지도 않던 빵을 사먹으며 초를 구한 마음과
무엇으로 케�을 대신 할까 고민하는 마음들이 모여
생일축하의 자리는 더욱 포근하고 따뜻했습니다.
뽀야미님의 얼굴엔
감격과 웃음이 지워지질 않고
그 모습 지켜보는 신랑의 함박 웃음 속에
인연에 대한 뿌듯함과 긍지가 엿보입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두사람 오래오래 행복하이소~~
쑥향과 쫄깃쫄깃한 맛은 정말 일품이었고
내 평생 공급받은 생일케�을 남김없이 해치워 본 적은 처음인 것 같습니다.
축하 파티에 음악이 빠질 수 있습니까?
나가자님이 건반을 두드리고
뽀야미님은 마이크를 잡았습니다만,
마이크가 고장이었는지 피아노 소리만 들리데요...ㅎ
먼길을 달려
늦게 도착한 집주인도 어울렸습니다.
美치고...
또 美치고
너나 없이 함께 美親 밤이었습니다.
거기까지 기억합니다.
그 다음은 조용하게 잤습니다...ㅎㅎ
아침이 밝아 오고
맑은 공기는 가슴 깊숙히 파고들고
눈에 보이는
모든 풍경들이
귀하디 귀하게 다가드는데
통나무를 빌미로 맺은
고마운 인연들과
함께 호흡하고
함께 느낄 수 있기에
더욱 아름다웠던 밤.
밝은 햇살아래서
짧은 만남이 아쉬워 이렇게 흔적 남기고
골지천 통나무집을 떠나왔습니다.
무경님 고맙습니다.
***
돌아오는 길에 구미정을 구경했습니다만,
오늘은 시간이 없어서 내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포근하고 행복한 밤되세요...^_^
-07.05.29 강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