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소리/작은이야기

활화산이었다.

강 바람 2007. 10. 13. 10:17

 

얼마 전

수영강변으로 음악회 구경 갔습니다.

구청에서 주최하는 행사였는데

2킬로미터는 족히 될 거리를 터벅터벅 걸어 갔더니

잔디 운동장엔 이미 수천의 인파가 모여 있었습니다. 

앉은 사람, 선 사람, 강변로 변에 차를 세우고 보는 사람

 

 

 

구청에서 주선한 작은 음악회에

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모인 이유는

다른 무엇보다도

안치환이라는 걸출한 가수의 흡인력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공연내내 덤덤하던 관중들이

아담한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그의 힘찬 목소리에

팔을 흔들고 오빠를 연호하고 함께 따라 부르는 반응을 보면서

한 사람의 힘이 얼마나 큰지 확인했습니다.

나 또한 나이도 잊은 채

박수 치고 따라부르고(속으로만..ㅎㅎ)

급기야는 발로 박자를 맞추며 몸까지 흔들거렸습니다.

그토록 공감하고 젖어들 수 있는 것은

음악을 사랑하고 함께하는 사람을 사랑하고

그런 바탕에서 분출되는 뜨거운 에너지와

가수, 청중의 구분을 넘어

"우리"로 동화시켜가는 그의 열정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그의 힘인 동시에

그 열정을 고스란히 되돌려 주는 청중의 힘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분위기에 빨려들다 보니

나는 어느새 분화구 한 가운데에 서 있었습니다.

그는 활화산이었습니다.

 

-07.10.13 강바람-

 

'바람소리 > 작은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낙엽은 지는데  (0) 2007.11.06
시월의 마지막 밤 풍경  (0) 2007.10.31
담쟁이  (0) 2007.10.04
길 - 밀양 정승골  (0) 2007.09.12
손현숙 - 그대였군요  (0) 2007.08.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