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소리/작은이야기
날마다 노는 게 일인 백수에게도
주말은 특별한 느낌으로 다가듭니다.
그건 아마도, 수십년 길들여진 버릇인가 본데
집에 있으면 괜히 아쉽고 뭔가를 빠뜨린 것 같고...
암튼, 그래서 가까운 산엘 갔네요.
동네 꽃들은 며칠째 같은 모양으로 피어 있으니
더이상 봄이네 뭐네 내세울 꺼리도 못되고
요즘 계속 댓가지만 가지고 놀았더니
지난번 얻어온 오죽 가지도 다 써버려서
그넘 주울겸 나갔습니다.
그렇게 나갔다가
봄이면 어김없이 기다려지는 제비꽃을 만났네요.
왜캐 그렇게도 반갑든지...애인이라도 만난 듯...
카메라 들이대고 한참을 기다려도
그넘의 바람이 멈추질 않네요. 나쁜바람...
우엣기나 녀석 만나서 오늘 나들이는 만족입니다.
진달래도 만났는데찍을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진달래는 바위나 소나무처럼 듬직한 것들과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조환지...상생의 연인지...
대밭에는 잘려진 댓가지가 지천으로 깔려서덕분에 아주 수월하게 주워 왔네요.대통이 필요한 사람과 댓가지가 필요한 사람의 나눔도 어울림일지... 앉은 자리에서 댓잎만 훑어내고 추려서 준비해 간 삼끝으로 동여 맸더니 한아름이던 것이 손목 굵기로 줄어들어한손에 들고 룰루랄라 돌아왔네요.이제 재료는 구해놨으니 잔머리 굴릴일만 남았네요.그냥 말로만 "편한 밤 되이소" 하기보다는이렇게 주절주절로 대신합니다.
좋은 밤 되이소...^_^
-08.04.05 강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