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녀석은
쌍둥이 중 30초 빠른 일돌이 녀석인데
두어 달 사이에 많이 컸습니다.
새 장난감 조립을 도와 주렸더니
할배 팔 뿌리치며 스스로 하겠답니다.
웬만한 변신로봇트는 할배보다 빨리 익히는데.
곁에서 구경하고 있자니 네 살배기가 의젓해 보입니다.
이돌이 녀석도
다 만들었다며 인증샷까지 한방 찍고...
둘이 다투기도 잘 하는데
어느 땐 달래 줘야 하고
또 어느 땐 모른 척 내버려 두기도 하는데
각자의 필요에 의해서 금새 또 어울리니
두 녀석은 경쟁 상대이면서 동지랍니다.
그래서 할배 역할이 때론 헷갈리기도 하고요.
녀석들의 체중이 하루가 달라서
뒤엉켜 놀다보면
5분도 못돼서 등에 땀이 나지만 그 무게감이 흐뭇하더군요.
추석날 아침 옷 입혀서 친가로 보냈습니다.
가기 전에 한복기념사진도 찍고
절까지 시켰습니다.
녀석들 한복 입으면 무조건 절하는 줄 알거든요.
상 차리고 절 안하느냐고 묻지만
추석차례를 외가에서 먼저 하기도 그래서
그냥 절만 하라고 했더니 이렇게 넙죽 엎드리네요.
보름달 보기 힘들 거라고 했는데
구름 사이로 환한 보름달이 얼굴을 내밀었습니다.
할매가 그냥 넘어갈리 없지요.
달님에게 절하라며 베란다로 데리고 나갑니다.
고사리 손을 모아 굽신거리고 들어오는데
제 어미가 뭘 빌었느냐고 물어도 멀뚱하기만 해서
소원이 뭐냐고 다시 물었더니
작은 녀석의 대답이 날고 싶다네요.
사람은 날 수 없다느니...
새가 되면 되지 않느냐 느니...
새가 되면 엄마 아들 할 수 없다느니...
말 그대로 유치한 대화에 한바탕 웃었습니다.
큰 녀석은 독수리가 달을 잡아 먹겠다하고
작은 녀석은 엉뚱하게도 날고 싶다 하니
아마
건너 아파트에 그려진 '독수리 문양' 때문이 아닐까 싶네요.
저 문양 때문에 전 '독수리할아버지'가 됐거든요.
떠날 준비로 분주한 가운데
아홉 살 손녀가 슬그머니 내놓고 간 편지랍니다.
건강하랍니다.
사랑한답니다.
오래오래 살라네요.
꼭 껴안아 주었습니다.
그렇게 녀석들과 추석을 보냈습니다.
3박 4일을 뒤엉켜 놀다가 돌아갔는데
좀 전에 딸에게서 문자가 왔습니다.
녀석들이 '독수리 할아버지'집에 가자고 조르고 있답니다.
며칠 함께 뒹굴었더니 녀석들도 나처럼 생각이 나나봅니다.
에구~~ 녀석들...
할배도 사랑한데이~
날씨가 한여름 같습니다.
시원한 밤 되세요...^^
-11.09.14 강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