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소리/작은이야기

가을 보내며

강 바람 2011. 11. 30. 20:38

Autumn    

눈 감고 있어도 뭉클 솟던 참 이상한 계절입니다.

가을이라 느낄 때부터

가을병은 예정된 병이었고

앓고 싶어 앓는 병이며

낫기 싫어 더디 낫는 그런 병입니다.

그것은 또

해마다 되풀이 되는 고질병이기도 하고요.

가지 끝에 매달린 가을의 잔상도

스산한 골바람에 휘둘리며

줄 끊어진 연처럼 뒤뚱거리다가

억겁 그 위에 또 한 겹 세월로 쌓이겠지요.

 

 

내려앉은 가을을

차마 밟지 못하고 비켜가지만

이마저 무심한 비질에 쓸려나가고

웅크린 어깨너머로

붉은 가을도 손 흔들며 떠나겠지요.

  

내 안에서 나와

내 안으로 돌아가는 가을.

11월 그 끝에

겨울을 재촉하는 찬비가 소리 없이 내립니다.

가을병을 핑계로

느긋이 즐겼던 호사로운 마음에

이제, 두툼한 덧옷을 껴입습니다.

 

이 겨울도

건강하고 따뜻한 나날이시길 바랍니다...^^

 

- 11.11.30 강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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