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감고 있어도 뭉클 솟던 참 이상한 계절입니다.
가을이라 느낄 때부터
가을병은 예정된 병이었고
앓고 싶어 앓는 병이며
낫기 싫어 더디 낫는 그런 병입니다.
그것은 또
해마다 되풀이 되는 고질병이기도 하고요.
가지 끝에 매달린 가을의 잔상도
스산한 골바람에 휘둘리며
줄 끊어진 연처럼 뒤뚱거리다가
억겁 그 위에 또 한 겹 세월로 쌓이겠지요.
내려앉은 가을을
차마 밟지 못하고 비켜가지만
이마저 무심한 비질에 쓸려나가고
웅크린 어깨너머로
붉은 가을도 손 흔들며 떠나겠지요.
내 안에서 나와
내 안으로 돌아가는 가을.
11월 그 끝에
겨울을 재촉하는 찬비가 소리 없이 내립니다.
가을병을 핑계로
느긋이 즐겼던 호사로운 마음에
이제, 두툼한 덧옷을 껴입습니다.
이 겨울도
건강하고 따뜻한 나날이시길 바랍니다...^^
- 11.11.30 강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