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소리/작은이야기

반찬투정

강 바람 2012. 1. 31. 22:33
 masatsugu shinozaki - my son

 

‘언제 오노?’

‘말일날...’

‘가만...그라몬 이박삼일이가??’

‘이십구...삼십... 그렇게 되겠네요.’

‘A~C...그럼 내도 어디든 가야겠다.’

‘나랑 같이 갈래요?’

‘고마 됐다, 앉을 자리도 없는 거서 우에 자라꼬...’

 

 

할매는 이박삼일 출가했고

가면서 끓여 놓은 국으로 사흘을 때웠다.

설 전 제사음식으로 닷새...

설음식으로 또 닷새...

같은 음식을 열흘이나 먹었는데

비슷한 음식으로 사흘을 또 먹었더니 속이 거시기 했다.

 

 

부산에 이사 와서 처음 제사지내던 날

제사상을 물리고 있는데

옆집 봉창을 통해 어르신의 기침소리가 들렸다.

그 기침소리의 의미를 알듯해서

아내에게 한 상 차리라 했고

다음날 할머니께서 잘 먹었다는 인사를 오신 김에

다른 옆집, 앞집 어르신까지 모셔서 전입인사를 대신 했더니

다음 제삿날에는 또 다른 분이 함께 오시고...

35년 전 그때만해도

그것이 이웃 어른에 대한 예라 여겼기 때문이다.

 

그렇게 제삿날 기다리는 이웃이 있어서

모자라는 게 걱정이었는데

지금은 함께할 이웃이 없으니

함부로 버릴 수도 없는 제사음식은

냉장고와 전자렌지 오가기를 너댓새라

퍽퍽해진 생선 살점이 입안에서 뱅뱅 돈다.

제삿날이면

헛기침을 흠흠거리시던 그때 그 할배가 생각난다.

 

 

삼일 만에 아내가 돌아왔다.

"잘 지냈는교?"

"몬 지냈다."

"와요??"

"......기냥..."

반찬투정하려다가 얼버무리고 말았다.

 

느닷없이

눈 풍경이 보고 싶다.

 

-12.01.31 철없는 강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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