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소리/작은이야기
‘언제 오노?’
‘말일날...’
‘가만...그라몬 이박삼일이가??’
‘이십구...삼십... 그렇게 되겠네요.’
‘A~C...그럼 내도 어디든 가야겠다.’
‘나랑 같이 갈래요?’
‘고마 됐다, 앉을 자리도 없는 거서 우에 자라꼬...’
할매는 이박삼일 출가했고
가면서 끓여 놓은 국으로 사흘을 때웠다.
설 전 제사음식으로 닷새...
설음식으로 또 닷새...
같은 음식을 열흘이나 먹었는데
비슷한 음식으로 사흘을 또 먹었더니 속이 거시기 했다.
부산에 이사 와서 처음 제사지내던 날
제사상을 물리고 있는데
옆집 봉창을 통해 어르신의 기침소리가 들렸다.
그 기침소리의 의미를 알듯해서
아내에게 한 상 차리라 했고
다음날 할머니께서 잘 먹었다는 인사를 오신 김에
다른 옆집, 앞집 어르신까지 모셔서 전입인사를 대신 했더니
다음 제삿날에는 또 다른 분이 함께 오시고...
35년 전 그때만해도
그것이 이웃 어른에 대한 예라 여겼기 때문이다.
그렇게 제삿날 기다리는 이웃이 있어서
모자라는 게 걱정이었는데
지금은 함께할 이웃이 없으니
함부로 버릴 수도 없는 제사음식은
냉장고와 전자렌지 오가기를 너댓새라
퍽퍽해진 생선 살점이 입안에서 뱅뱅 돈다.
제삿날이면
헛기침을 흠흠거리시던 그때 그 할배가 생각난다.
삼일 만에 아내가 돌아왔다.
"잘 지냈는교?"
"몬 지냈다."
"와요??"
"......기냥..."
반찬투정하려다가 얼버무리고 말았다.
느닷없이
눈 풍경이 보고 싶다.
-12.01.31 철없는 강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