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얼흥얼 산길 걷다가
발길에 채인 나무뿌리 하나 챙겨서
이렇게도 보고 저렇게도 보며 새 앉을 자리 골라보다가
카페 메모장에 한줄 남기고 터덜터덜 내려왔다.
세상 참 좋다.
손바닥만하 기계 하나로
산중에서 전화도 하고
인터넷 접속해서 글 올리기도 할 수 있고
사진도 찍고
음악도 듣고
길 찾기도 되고
블로그 비슷한 기능도 있고
음악 들으며 사진 찍고 편집해서 올리고
오가는 길 지루할 땐
이어폰으로 모든 걸 차단하고 쉴 수 있고
밖에 나가서도 카페 훑어볼 수 있고
자판 두드리는 게 좀 어렵긴 하지만
글까지 올릴 수 있으니 얼마나 편리한가?
이넘으로 쓰레기 게시물 걸러낸 것만 해도 여러 건이고
어제 아침에도 쓰레기 글 네 건인가를 걸러냈다.
새로운 게 나올 때마다 머리에 쥐나고
점점 둔해지는 손가락으로 이넘 익히느라 고생도 많지만
그만한 고생쯤은 감수할만하지 않은가.
그렇게 한 달쯤 써보니
이게 너무 친절해서 탈이다.
친구 신청도 오고
누가 글 올렸다고 알려주고
채팅 신청했다고 알려주고
아무개가 친구 아니냐고 챙겨주고
메시지 왔다고 알려주고
새로운 업데이트 있다고 알려주고
새로운 댓글 있다고 알려주고
댓글에 답글 있다고 알려주고...
좋긴 좋은데
시도 때도 없는 알림소리가 또 다른 구속이고
어느새 이넘에게 의존하는 자신을 보며
한 달도 채 못 돼서 알림소리 기능을 꺼버렸다.
카페가 유일했던 그 시절이 자꾸 생각난다.
어차피 쓰기 시작한 물건이고
그만한 값어치가 있는 건 분명하니
앞으로도 계속 사용하겠지만
겨우내 무료한 시간은 계속될 텐데
종일, 고개 숙이고 이넘만 들여다본다면
목이고 손가락이고 시력이고 감당이 안 될 건 뻔하니
예방 차원에서라도
그 의존도를 조금 낮춰보고 싶은 거다.
낙엽도 치우지 못했는데
성급한 겨울이 베란다를 붉힌다.
갈 다 갔는데 뒤늦게 갈 타볼라꼬 선곡한 '낙엽은 지는데...' ^^
-12.11.25 강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