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소리/작은이야기

유부도를 찾아서...

강 바람 2013. 1. 22. 10:55

Water is wide

 

금강하구로 나들이 나섰습니다.
어름 낀 강심엔
조는지 노는지 알 길 없는
검은 점 한 무리도 어름처럼 기척 없고

 

가장자리 얼음장 위엔
하릴없는 두루미가 멍하니 서있데요.

 

녀석들 노는 것 지키다가
돌아오는 길에 유부도가 머냐고 물었습니다.
물때가 맞지 않아 갈수 없다는 대답을 들었음에도
오늘 다시 묻는 장인의 아쉬움을 알아채고
네비게이션에 길 물으며 군산 외항으로 향했습니다.

 

선착장에 가봐야 배도 없겠지만
아이들까지 온 가족이 가기엔 거시기해서
섬과 가장 가까운 해안을 찾다보니 공단 앞 부두였습니다.
육안으로도 으슴푸레 보이는 섬을 마주하고 서서
긴가민가 확인해볼 생각에 주위를 둘러봐도
길가엔 사람구경도 힘들었네요.
바닷물은 한길이나 빠져나가
물 빠진 갯가에
뱀처럼 누워 있는 원유 파이프와
서성이는 한 무리의 새들이 묘하게 겹쳐지고
희뿌연 안개 속에
풀등을 발치에 깔고 길게 누운 작은 섬이
유부도라는 걸 그때는 몰랐는데
오늘 인터넷 지도를 검색해보니
그날 섰던 자리가 용케도 유부도와 가장 가까운 곳이었네요.
직선거리 1.6km라니
손 뻗으면 잡힐 것 같은 거리임에도
갈 수 없는 그곳은 거리와 관계없이 멀고 먼 섬이었지요.

 

 

그곳에 그 섬이 있는 줄 몰랐고
알았다 해도 무어 그리 애틋할 일도 아니었는데
그럼에도 새삼 작은 섬 하나를 들먹이는 건
카페에 올라온 사진 때문이었습니다.
내가 언제 검은머리물떼새를 알았겠으며
군산 외항에 있는 작은 섬을 알았겠습니까.
새를 만들다보니 새에 대한 관심이 생겼고
그래서 흔한 갈매기도 유심히 관찰하게 되었지만
그렇다고 일부러 찾아다닐 만큼의 열정은 아니었는데
때마침 군산에 있던 터라 찾아 나섰던 거지요.
하지만
검은머리물떼새가 궁금했던 것만은 아니었으니
낯선 길 가다가
내 아는 이가 사는 고장을 지나칠 때면
괜히 돌아보고 싶어지는 그런 마음이었기에
조금은 서운했더라도
찾아 나서는 그 설렘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운 하루였네요.

 

다음날...

전국적으로 눈비가 내릴 거라는 일기예보에

 

하루 더 쉬어 가라는 딸내미의 권유를 뿌리치고 길을 나서서 

산청비빔밥으로 점심 때우고 돌아았습니다.

 

 

아들 녀석이 사온 과메기를 안주로

촉촉한 겨울비 속에

아내와  소주 한잔했더니 알딸딸합니다.

모두 따신 밤 되시길요...^^
 

-13.01.21 강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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