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소리/작은이야기

오늘도 방콕...

강 바람 2013. 1. 27. 17:28

  

어제 만들어 놓은 겁니다.

세워도 보고 눕혀도 보다가 이렇게 했습니다.

모양자체가 한 마리의 새 같아서요.

아래의 꼬불꼬불한 녀석은 접목했고요. 

 

 

오늘 새 한 마리 얻어놓고는 끝입니다.

다 됐다는 게 아니라 

갑자기 다른 생각이 떠올라 집중할 수가 없어서 입니다. 

하던 걸 마저 끝내고 다음을 생각해야하는데

다음을 먼저 생각하다보니

하고 있는 일이 잡히질 않네요.

꼭 해야 할 일이라면 몰라도

언제해도 될 일이니 그냥 생각을 따르기로 했습니다.

 

그게 이거랍니다.

직경 3cm 정도의 둥근 대나무가 필요해서

물에 삶아 고정시킨 겁니다. 

몇 달을 궁리만 하고 있다가 시도해본 건데

결과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시작은 한 겁니다.

원하는 걸 얻으려면 몇 번의 시행착오를 겪게 되겠지요.

    

칼끝에 새끼손가락이 찔려서

휴지 둘둘 감아 지혈시키는 동안 컴 앞에 앉았네요.

ㅂ,ㅁ,ㅋ, Shift...칠 때마다

새끼손가락에 대한 아쉬움이 큽니다.

평소엔 그것들을 어느 손가락이 쳤는지 까맣게 몰랐는데...  

방안이 무척 지저분하지요?

저의 잡동사니와 똥가리들도 보이네요.

껍질 벗겨 놓은 기둥감.

식물성 오일.

솟대 받침용 다릅나무 똥가리.

휴대폰 고리 만들 때 쓰는 환도와 송곳.
새, 날개, 본드, 안경, 둥글게 휘어 놓은 대나무와

어지럽게 흩어진 나무 부스러기를 보고도

암 소리 안 하니 겨울임을 감안해서 봐주나 봅니다.

사포질할 때 나무 먼지가 날린다는 걸 알면

따뜻한 양지에 앉아 똥가리캉 놀기도 쉽지 않을 겁니다.

 

화분들은 아내가 관리하는 건데

고와서 직접 샀거나 이웃에서 분양 받은 것들이라 

밖에 두면 얼지 않을까 걱정이 늘어졌기에

창가에 자리 잡아 준 겁니다.

제 생각은

추우면 추운대로 더우면 더운대로

다 자기 살 방도가 있을 거라는

근거 없는 믿음으로 그냥 베란다에 두는데

아내는 자꾸 신경이 쓰이나 봅디다.

돈 주고 산 것들에 대한 본전 생각이거나 

얻어 온 것들에 대한 책임감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짧은 겨울해가 어느새 서창을 밝게 비추네요.

싸맨 휴지를 살짝 들춰보니 피가 멎었습니다.

ㅂㅁㅋㄲ...바바바바바마마마마마

풀린 새끼손가락으로 신나게 두들겨 봅니다. ㅎㅎ

 

-13.01.27 강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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