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같잖은 포근한 날씨로
애기사과에 좁쌀만 한 움이 텄습니다.
아직 봄이라 말하긴 이른 때에
이러다 한파가 밀려오면 어쩌려는지...
추우면 움츠리고
따뜻해지면 기지개를 켜는 게
이 녀석들의 계절 셈법이겠지만
달력에 의지하여 세월을 셈하는 내게는
일찍 피어난 여린 잎이 안쓰럽네요.
햇살 든 창가에 우두커니 앉아
이런저런 잡념에 빠졌다가
오래 묵혀 둔 똥가리를 꺼내어 다듬었습니다.
어쨌거나
잡념 잊는 데는 이만한 일도 없지 싶습니다.
남은 제사 음식으로 점심 때우고
나무에 물오르기 전 떼죽나무 가지 몇 개 잘라
폰고리 조각용으로 잘게 썰어서 바구니에 담아 뒀습니다.
아직 봄은 멀었는데 마음은 이미 봄인 듯 성급해졌네요.
-14.01.28 강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