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소리/작은이야기

안경 두 개

강 바람 2014. 1. 2. 21:57

  Helen Rolles 모음

며칠 전부터 시력 때문에 고생하고 있다가

아들 손에 이끌려 안경점에 갔는데

이리저리 검사하던 직원이 한쪽이 많이 나빠졌다면서

무슨 일 하시냐고 묻기에

작은 나무자투리로 목공예를 취미로 한다고 하니

시력이 좋지 않은데 좌우균형까지 안 맞으니

좋은 쪽마저 악화되기 전에 안경을 바꾸는 게 좋답니다.

곁에서 듣고 있던 아들이

이제 목공예 그만하시고 차라리 예전처럼 그림을 그리라네요.

피식 웃음으로 답을 대신했더니

정 하시려면 작은 것 버리고 큰 걸로 바꾸랍니다.

-에구 속 모르는 소리...

큰 작업은 뭐 아무나 하는 줄 알아?-

속으로만 대꾸하고 안경을 맞췄습니다.

일상생활용 하나, 돋보기 하나...

 

한때

그림 그리는 게 꿈이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문방구에서 도화지 한 장 사다가

구겨질까봐 책보에 넣지도 못하고

팔랑팔랑 손에 들고 뒷동산에 오르곤 했지요.

환쟁이 밥 빌어먹는다고 극구 말리는 어머니 때문에

그 꿈은 중학생 시절에 일찍 접어버렸는데

잊어버린 줄 알았던 그 꿈을 50대에 다시 되살리고는

화구를 준비해서 서너 해 하다가

느닷없이 목공예를 만나는 바람에 

그림은 또 뒷전으로 밀려나고 말았네요.

이렇게 시력이 급전직하로 떨어진다면

똥가리 작업은 더 할 수 없겠다 싶으니

이제부터라도 눈 좀 아껴야겠지만

티비 시청 줄이는 건 할 수 있겠는데

한 가지 일에 코 꿰이면 쉬 벗어나지 못하는 게 문제라서

똥가리 작업 줄이는 건 쉽지 않을 듯하여

그야말로 진퇴양난이네요.

뭐 뾰족한 아이디어 있으신 분 귀띔 쫌 해주이소.

 

새 신 신고 폴짝 뛰어보자...가 아니고

새 안경 끼고 조물락 거린 결과물이네요.

세상이 달리 보이는데

올 한 해도 이렇게 훤히 보였으면 좋겠습니다...^^

 

-2014.01.03 강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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