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부터 시력 때문에 고생하고 있다가
아들 손에 이끌려 안경점에 갔는데
이리저리 검사하던 직원이 한쪽이 많이 나빠졌다면서
무슨 일 하시냐고 묻기에
작은 나무자투리로 목공예를 취미로 한다고 하니
시력이 좋지 않은데 좌우균형까지 안 맞으니
좋은 쪽마저 악화되기 전에 안경을 바꾸는 게 좋답니다.
곁에서 듣고 있던 아들이
이제 목공예 그만하시고 차라리 예전처럼 그림을 그리라네요.
피식 웃음으로 답을 대신했더니
정 하시려면 작은 것 버리고 큰 걸로 바꾸랍니다.
-에구 속 모르는 소리...
큰 작업은 뭐 아무나 하는 줄 알아?-
속으로만 대꾸하고 안경을 맞췄습니다.
일상생활용 하나, 돋보기 하나...
그림 그리는 게 꿈이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문방구에서 도화지 한 장 사다가
구겨질까봐 책보에 넣지도 못하고
팔랑팔랑 손에 들고 뒷동산에 오르곤 했지요.
환쟁이 밥 빌어먹는다고 극구 말리는 어머니 때문에
그 꿈은 중학생 시절에 일찍 접어버렸는데
잊어버린 줄 알았던 그 꿈을 50대에 다시 되살리고는
화구를 준비해서 서너 해 하다가
느닷없이 목공예를 만나는 바람에
그림은 또 뒷전으로 밀려나고 말았네요.
이렇게 시력이 급전직하로 떨어진다면
똥가리 작업은 더 할 수 없겠다 싶으니
이제부터라도 눈 좀 아껴야겠지만
티비 시청 줄이는 건 할 수 있겠는데
한 가지 일에 코 꿰이면 쉬 벗어나지 못하는 게 문제라서
똥가리 작업 줄이는 건 쉽지 않을 듯하여
그야말로 진퇴양난이네요.
뭐 뾰족한 아이디어 있으신 분 귀띔 쫌 해주이소.
새 신 신고 폴짝 뛰어보자...가 아니고
새 안경 끼고 조물락 거린 결과물이네요.
세상이 달리 보이는데
올 한 해도 이렇게 훤히 보였으면 좋겠습니다...^^
-2014.01.03 강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