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소리/작은이야기

봄날은 간다

강 바람 2013. 4. 2. 16:09

봄 기다리던 성급함이

눈처럼 날리는 꽃잎에 조바심으로 바뀌어

제비꽃이 피었을라나 집을 나섰더니

절정의 산 벚은 하얗게 앞을 가린다. 

 

양지꽃피면 제비꽃도 피는데... 

혼자 중얼거리며 땅만 살피고 걷는데

있다.

피었다.

사실 흔하기로 말하면 제비꽃만 하랴만

그럼에도 이 녀석 보기 전엔 봄이 봄 같지 않더니

반가움에 콧노래가 절로난다.

털썩 무릎 꿇고 폰을 들이밀었는데

역시 흔들린다.

바람에 흔들리고 폰이 흔들리고...

수차 느끼는 거지만

사진은 역시 사진기로 찍어야지...

 

지난 주엔 봉오리만 빨갛던 진달래도  이젠 다 피었다.

어릴 적엔 수술싸움도 했었지.

뭐, 이겨봐야 얻어지는 건 없지만

지지 않으려고

굵은 수술 찾느라 꽃잎 헤집던 악동시절이 그립다.

 

언덕 아래 흰 제비꽃도 봤다.

역시 무더기로 피었는데 

바람 피한 곳이라 고운 모습 제대로 한 컷했다.

왠지 내려오는 발걸음이 한결 가벼웠다.

그랬는데...

 

지금 천둥번개에 소낙비가 쏟아진다.

내다보니 우르르~ 눈 내린 것 같으니

봄인데 봄답게 살살 좀 내리지 이게 뭐꼬?

가뜩이나 울먹울먹하는 녀석에게 매질한 꼴이다.

지나가는 비였는지 금세 멈췄지만

후줄거레 젖은 이 녀석들 몰골은 우얄끼고?

 

식사재촉을 서너 번 하더니

달그락달그락 숟가락 소리 들린다.

더 늦으면 밥상 치울지도 몰라

황급히 마무리하고 일어선다.

지는 꽃은 지는 꽃이고 묵는 건 묵는 거고

꽃이 피거나 지거나 봄날은 가고...

 

저녁 맛나게 드이소...^^ 

 

-13.04.02 강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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