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소리/작은이야기

제삿날에

강 바람 2013. 3. 13. 13:56
Memories Of You

 

제수祭需 준비로 분주한 곁에서

마땅히 거들일이 없다보니 

괜히 주변을 기웃거리고 있는데

찜통 좀 갖고 오라는 분부가 떨어졌다.

잽싸게 들고 와서

'어디 둘갑쇼?" 했더니

거만한 턱짓으로 바닥을 가리키며

"거기!"란다.

"거기?!"

항변의 눈빛으로 바라봤지만

돌아온 말은

"부침개 부칠랑교?"였다.

이대로 물러설 순 없다.

"좋아!, 대신 잘못돼도 탓하지 마!"

할매 입꼬리에 고소한 미소가 번지더니

"마, 됐네......요" 한다.

제삿날이니 내가 참지.

 

까르르 따라 웃는 미나리 어깨너머

봄비가 가랑가랑하다.

 

-13.03.13 강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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