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소리/작은이야기
제수祭需 준비로 분주한 곁에서
마땅히 거들일이 없다보니
괜히 주변을 기웃거리고 있는데
찜통 좀 갖고 오라는 분부가 떨어졌다.
잽싸게 들고 와서
'어디 둘갑쇼?" 했더니
거만한 턱짓으로 바닥을 가리키며
"거기!"란다.
"거기?!"
항변의 눈빛으로 바라봤지만
돌아온 말은
"부침개 부칠랑교?"였다.
이대로 물러설 순 없다.
"좋아!, 대신 잘못돼도 탓하지 마!"
할매 입꼬리에 고소한 미소가 번지더니
"마, 됐네......요" 한다.
제삿날이니 내가 참지.
까르르 따라 웃는 미나리 어깨너머
봄비가 가랑가랑하다.
-13.03.13 강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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