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매 아프단 핑계로
한군님께 떠맡긴 여름정모.
금년이 딱 열번 째라는
나름의 명분과 의미를 부여하며
메일을 보내고 쪽지를 보내고
그것도 모자라 문자메시지까지 날리며
안 하던 짓까지 벌였더니
그 꼴이 안됐든지 아니면 성의가 가상해서인지
많은 님들께서 화답해 주셔서 얼마나 다행이었던지...
종잡을 수 없는 여름날씨에
주말마다 태풍이 덮치니
벌려 놓은 판이 걱정이라
뉴스는 안 봐도 일기예보는 챙길 정도로
안절부절이었더니
우주의 무한한 힘의 가호가피로
태풍 할롱은
동으로 틀었다기에 한시름 놓았지만
잿더미 속의 불씨 같은
한가닥 불안을 다독이며 기다리던 날.
흐린 하늘은 서쪽으로 갈수록 맑아지고
네비아가씨의 친절한 안내로 무사히 도착해서
한군님의 자녀들과 대문간판부터 달았습니다.
'통.나.무.사.랑.과.공.예'....
작은 선물과 이름표를 달아 주며 손님을 맞는데
총무는 자의 반 타의 반 춘피님이 맡아 주셨네요.
잡곡 밥에 닭국.
보리님께서 손수 담그신 김치와 새우무침, 회무침
그리고 간장게장...
그렇게 맛갈나게 배불리고 판을 벌렸습니다.
제철 삼치회는
처음 참여하신 거목님께서 준비하셔서
저녁 酒.樂 상을 빛내 주셨고요.
참 느긋한 풍경이긴 한데
이거 아무래도 좀 낯섭니다.
아지매들이 이토록 느긋이 앉아
도란도란 정담 나눠 본 적이 별로 없었던 것 같은데
이번엔 한군님 가족들께서 미리 준비하신 덕에
이렇게 편히 쉬고 있지만
너무 한가해서 이상하다네요.
어때요.
표정들에서 여유가 느껴지시나요?
오래 하다보니 이런 경우도 있긴 있군요.
저는 판을 벌렸습니다.
다들 짐작하시겠지만 솟대 만들기입니다.
물론 복잡한 과정은 생략하고
가장 기본적인 것만 보여드렸습니다.
그림만으로도 충분히 이해되시지요?
즐거워 하시는 모습에
오히려 제가 더 즐거웠습니다.
이번엔 호명산인님의 자작 제재기 시연입니다.
질문과 답이 오가고
각자의 생각이 오갑니다.
늘 느끼는 거지만
호명산인님은 木수에 土수에 鐵수까지 만능이시네요.
아~ 기억이 가물가물합니다.
이 풍경이 먼전지
아니면 아래 풍경이 먼저인지...늙나 벼...
간단한 자기소개를 마치고
드뎌 여흥의 시간이 됐습니다.
갑자기 정전이 되는 바람에
쟁반 같은 열 나흘 달 나즈막히 띄워 놓고
전기수리 될때까지 밖에서 놀았네요.
햐~ 살갗에 스치는 바람과
휘영청 둥근 달빛아래서의 대금이라니
정전이 오히려 고마웠습니다.
풀이님이십니다.
늘 수고를 아끼지 않으시는
통사공 수석지휘자시고요.
이번에도 역시 애쓰셨습니다.
한군님의 맏이 한가람양입니다.
어느새 어른이 됐네요.
목소리는 더욱 좋구요.
네발자전거님 가족이십니다.
아~ 노래 정말 잘 하시더군요.
단란한 가족풍경이 아주 좋았네요.
발해님 부부시고요.
은근히 부끄러움을 타시더니
막상 시작하니 누구보다 열창이셨습니다.
서각도 잘하시고
뭐든 열심이신 경아 님이십니다.
경아님 자리에 한군 님이 난입하셨네요.
지금 두분은 서로 없는사람 취급하고
알아서들 부르고 계십니다.
호명산인 님이십니다.
노래 시키지 않았으면 클 날 뻔했습니다.
음악에 최적화 된 신체구조에
폼까지 일품이십니다.
처음 참석하신 동글이님 부부십니다.
이번에 불려 나오신 님들은
하나같이 명창들이시데요.
저처럼 자신 없는 사람은 슬그머니 꽁무니를 빼고요.
한군 님이 여기서도 난입입니다.
하지만 이것도
아무나 하는 게 아니란 걸 아시지요?
제가 여러 번 참석했지만
두 분 노래는 처음으로 들었습니다.
이런 솜씨를 두고 그렇게 시치미를 떼시다니...
내숭이었음을 알았습니다.
짠지님이십니다.
가입도 오래 됐고 꼬리글 참여도 많이 하셨는데
이번에 처음 뵈었습니다.
목공에 대한 열정도 보여서
잘 꼬시기만 하면
앞으로도 자주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아까 민요를 불렀던 한군님 맏이 가람양이고
세 친구도 한군님 가족인데
앞쪽의 총각은 한결 군이고
오른쪽 숙녀는 예전에 한군님 어깨에 올라
무동춤 추던 한보리양인데
몇 년사이에 어른이 다 됐습니다.
뒤의 작은 소녀는 한군님의 생질녀라네요.
모두 바르고 씩씩하게 잘 자랐더군요.
그밖에 여럿 있었는데
똑딱이의 말썽으로 사진이 엉망이라
소개해 드리지 못한 점 양해바랍니다.
다른 님들의 사진이 곧 올라 올겁니다.
그리고
초상권에 대하여 사전양해 없었음을 이해바라며
혹, 불편하신 분은 말씀해주세요 .
여흥시간을 마치고
늘 하던대로 잔디운동장에 자리 깔았습니다.
드문한 구름사이로 달은 여전히 밝고
7080을 책임지던 오리님 결석으로
노래 없는 노숙을 시작했네요.
한 사람의 빈자리가 새삼스러운 밤이었습니다.
자정을 넘어 새벽으로 갈 쯤
태풍의 영향인지 톡...톡...빗방울이 떨어지지만
차마 자리를 떠날 수는 없었으나
주는 대로 받아 먹은 막걸리 탓인지
자꾸 옆으로 기울어 져
염치불구하고 길게 누웠더니
막걸리와 도란거리는 이야기와
맑은 공기가 아까워 버틴 아내도 슬그머니 눕는데
아니꼬운 눈초리로 꼬나보던 풀이님이 한마디 합니다.
"형님도 많이 뻔뻔해졌네요."
흐흐흐...음흉한 웃음이 허공에 퍼졌습니다.
수상한 날씨에 온전한 노숙은 수포로 돌아가고
차안에 쪼그려 아침을 맞았습니다.
조금은 부족하고
조금은 심심하고
조금은 아쉬운 일도 있겠지만
여러 님들의 자발적 참여로
큰 탈 없이 무사히 마쳤습니다.
특히
처음 참여하신 님들의 어색함을 지워드리고 싶었는데
제가 게으르고 무뚝뚝해서
제대로 응대해 드리지 못한 점도 양해바랍니다.
참여하신 님들
응원 주신 님들
모두 모두 감사합니다.
내년 여름을 기약하겠습니다.
참석자(접수메모에 적힌 순서대로)
한군님.보리님 가족 - 준비에서 도우미까지 온 가족이 함께 애써주셔서 편하게 잘 쉬었습니다.
거듭 감사드리며 바르게 성장한 자녀들을 보며 내일처럼 기분 좋았네요.
선비님 - 휴가일정까지 변경하며 참여해주시고 시원한 맥주까지 준비하셔서 고맙습니다.
찍사 하신다고 수고하셨네요. 다음에 또 봐유~
바람되어님 - 언제나 주방가까이에 계시는 님. 언젠가는 바람되어님 앞치마를 벗겨드려야는데...고맙습니다.
거목님과 부인 - 뵈어서 반가웠습니다. 한군님 손에 끌려 오셨더라도 이왕 오셨으니 즐거운 곳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귀한 삼치로 밥상을 푸짐하게 해주셔서 두분께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짠지님과 부인, 친구 - 닉으로는 이미 익숙해진 짧지 않은 시간. 이렇게 만날 수 있어서 좋았네요.
크게 내세울 건 없는 곳이지만 나무보다 사람을 더 귀히여기는 곳이니 덕과 실은 잠시 접어 두시고
앞으로도 편하신 마음으로 들려 주세요. 반갑고 고마웠습니다.
서목님과 부인 - 신입임에도 선뜻 참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부족함 많은 카페이지만 이웃 나들이 하시는 마음으로 편하게 오세요.
춘피님 - 고맙심데이. 매년 귀한 먹거리까지 준비하시니 한결 같은 그 마음이 고맙습니다. 내년에도 알지요?
네발자전거님과 가족 - 먼저 축하드립니다.
네발자전거님의 얼굴에 핀 웃음으로 지금 얼마나 행복하신지 알 수 있었네요.
고맙습니다. 가족 모두 건강하고 행복하시기 응원드립니다.
비우고님 / 채우고님 - 염치없는 부탁까지 드렸더니 더 미안합니다.
귀찮은 부탁 성실히 들어 주시니 더더 고맙고요.
또 보시자구요. 주신 쪽동백은 내년에 새가 되어 돌아가겠습니다.
호명산인님 - 멀리서 무거운 짐 싣고 귀찮은 시연에 찬조금까지...
고맙다는 말 외에는 드릴게 없네요. 고맙니더...
경아님 - 회사 일로 바쁜 중에도 짬 내 주셔서 고맙습니다.
아침마다 카페 불밝혀주서서 고맙습니다.
잘 놀아 주시고 적극적으로 참여해주셔서 고맙습니다.
풀이님 - 재주가 부럽고, 빼지 않아서 고맙고, 거절할 줄 몰라서 미안코, 당신 있어서 든든코...고맙습니다.
목양님과 부인 - 잊지 않고 찾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올 때마다 뭔가를 나누어 주시니 그 또한 고맙고 염치 없습니다.
그 마음 귀하게 사려두겠습니다.
호제님과 부인 - 오랜만이었습니다. 불러 놓고 제대로 대접도 못하고 미숙한 점도 많았습니다.
발해님 /해바라기님 - 간만에 뵈어서 몰라볼 뻔했습니다.
어려운 걸음 해주셨는데 제대로 모시지 못한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합천호님과 부인 - 반가웠습니다. 시간만 허락되면 불원천리 달려 오시는 의리의 돌쇠...
무슨 말을 하리까...그냥 고맙심데이.
동글이님과 부인 - 닉은 익숙한데 뵙기는 처음이었습니다.
함께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앞으로 더 좋은 인연으로 또 볼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산바라기님 - 어려운 걸음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더 날씬해지셔서 은근 걱정이었네요. 물론 저도 그렇지만요.
고향에서 좋아하시는 일 즐겁게 하시며 늘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가람님 - 다재다능한 가람님...우리의 기둥이라는 것 아시지요?
즐겁게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목산님 / 이쁜언니님 - 두분 감사합니다.
그동안 끼친 폐도 이만저만이 아니었는데 먼길에 선물보따리까지 싣고 오시니 고맙고 미안합니다.
하시는 일 더욱 번창하시길 마음으로 응원드립니다. 고맙습니다.
강바람과 할매 - ...함께 해줘서 고맙수.
찬조
목양님 - 벽조목 또깨비방망이 5개(소형 지압용)
선비님 - 맥주 1박스
거목님 - 삼치회
목산,이쁜언니님 - 찰옥수수
춘피 - 오미자주, 오디주, 도라지주, 오디효소
호명산인님 - 금 일봉
산바라기님 - 완도미역 1박스
벌써 자정이 지났네요.
제 기억력이 해마다 무뎌갑니다.
혹 빠지거나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넓게 양해바라며
지적해주시면 즉시 바로 수정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날마다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모바일에서 보니
글이 밀리고 당겨서 읽기에 불편하기에
오늘 수정했습니다.
-14.08.12 강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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