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젤 흔하게 피는 꽃입니다.
이 꽃 이야기를 한 두 번 한 게 아니라서
뭐 새삼스러울 것도 없었는데
어제 산책 중에 유심히 보니
꽃의 크기가 예전에 비해서 많이 작아진 것 같더군요.
와 그라노? 살아가는 게 만만찮은가?
마치 안개꽃인양 자잘해서 검색해보니
큰 넘은 개망초고 작은 넘은 그냥 망초라는군요.
개망초는 6~8월에 피고
망초는 7~9월에 피어서
두 녀석들의 피는 시기가 겹치다보니 많아졌는가봅니다.
줄기 끝부분에서 가지가 많이 갈라지며
꽃도 크다고 했으니 이 녀석이 개망초지 싶습니다.
그리고 이 녀석은
지난 장마 때 강물이 넘치는 바람에 쓰러진 녀석으로
겨의 누운 채로 조롱조롱한 꽃들을 수도 없이 피웠는데
관찰을 위해 세워놓고 한 컷 찍었습니다.
보시다시피 줄기 중간에 잔가지가 많이 나오고
꽃 크기도 상대적으로 자잘하니 망초겠지요?
아직 덜 핀 것인지는 모르지만
꽃잎도 활짝 펴지지 않고 종지모양이네요.
참고로 이 녀석에 대한 기억은 별로 없습니다.
흔하지 않았거나 아예 없었는지 모르겠지만
그보다는
망초에 대한 관심이 그리 크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네요.
이건 9년 전 이맘 때 찍은 사진인데
그냥 비슷하면 다 개망초려니 했더니
사실은 망초라는 이름이 따로 있고
봄에 피는 봄망초라는 것도 있다는 걸 어제 처음 알았습니다.
원추리 꽃을 보면
남원 산내의 실상사 앞 아무개가 생각나고
나리꽃을 보면
밀양 단장천 옆 어느 국수집이 생각나고
비비추 꽃을 보면
단양 어느 산사의 겨울밤이 생각나고
개망초를 보면
밭에 심어놓고 달밤에 하얀 꽃을 보고 싶다던 누군가가 생각납니다.
이런 기억들이
이런 추억들이
굳이 생각하려해서 생각되는 게 아니고
장소거나 사물이거나 사연들을 접했을 때
나도 모르게 불쑥 떠오르는 것들이니
산책길에 개망초가 보였고
그래서 누군가가 떠오르고
애틋한 마음에 가까이 다가가 자세히 보니
강물에 휩쓸려 누운 넘도 보이고
흙탕물 뒤집어 쓴 초라한 몰골도 보이고
개중에 꽃 지고 씨앗 품은 녀석도 보이는 것이라
이런 것들이 내 관심에 의한 살핌이 아니라
순전히 좋은 기억이 그리하도록 이끈 게 아니겠습니까?
누군가를 기억한다는 것은 내 마음이지만
누군가에 기억된다는 것은 내 의지 밖이니
그들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면
그것은 나를 품어 쉬게 하는 안락의자와 같을 것이고
그들에게 나쁜 기억으로 남아있다면
그것은 나를 얽매는 감옥에 버금갈 것입니다.
좋은 기억은 생각만큼 오래가지 못하고
나쁜 기억은 생각보다 오래 머무니
좋은 기억을 남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쁜 기억을 심지 않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게 오늘 하고픈 이야기였는데
또 이상하게 흘러 망초공부시간이 됐네요.
기억해야할 것들이 이쁘고 귀한 녀석들만은 아니겠지요.
비록 볼품없는 흔한 녀석들이지만
망초거나 개망초거나 그렇게 누군가의 기억으로 이어져 왔고
오늘 또 누군가 새롭게 기억하고 이어 갈 테지요.
한여름 하얗게 무리지은 녀석들이
달빛아래서는 또 얼마나 예쁠지 보름달 뜨면 한번 찾아보렵니다.
내게 기억되는 환한 얼굴들에게
하얀 그 밤풍경을 슬며시 전하며 그렇게 오래오래 기억하고 싶습니다...^^
-2018.07.20 강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