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소리/작은이야기

후유증

강 바람 2018. 9. 5. 10:30

Setgeliin Egshig - Deegil

  

발끝에 걸린 돌멩이

툭 걷어 차

데구루루 언덕 아래로 밀어내면

내지른 통쾌함은 순간이고

발가락에 퍼지는

묵직한 뒤끝이 더 오래 남는다.


그 발끝이 얼마나 고약한지는

가끔 차인 돌이 되어서야 알게 되지만

금새 또 발끝이 되어

차고 아파하기를 되풀이하며 산다

차고 차이면서도 뒤섞여 겉돌다가

나도 누군가에게 잊혔다고 생각될 때

그제야 내가 밀어냈던 그가 되살아난다.


가슴에 낸 손톱만한 문마저 닫아걸고

손만 요란하게 흔들어대는

그런 기약 없는 이별에 익숙함에도

발끝에 차인 돌 하나에 이리 마음 쓰이는 것은

내게도 아직은

간직하고픈 얼굴들이 있기 때문이다.


유독 이맘 때 

해마다 겪는 정모후유증이다.

 

-2018.09.05. 강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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