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소리/작은이야기

산들바람은 부드럽게

강 바람 2019. 7. 9. 16:26

-영화 쇼생크 탈출- "피가로의 결혼" 산들바람은 부드럽게...모짜르트 

 

 

 

채널 돌리다가 만나면

또 보게 되는 몇 안 되는 영화 중 하나고

쇼파에 삐딱하게 누웠던 나를  

똑바로 고쳐 앉게 만든 게 이 장면이었다.

누구의 작품인지

누가 불렀는지

무슨 내용인지 그런 것과 상관없이

그냥  

절묘한 타이밍에 절묘한 선곡이라는 생각뿐이었다.

무서운 벌칙을 모르지 않을 텐데

이토록 느긋할 수 있음은 어떤 힘이었을까?   

 

 

교도소라는 특수한 공간에서

갇힌 자는 힘없는 을이 되고

가둔 자는 악랄한  갑이 되어

또 다른 악을 생산하는 그 속에서

통제에 길들여진 늙은 새는

새장 밖의 하늘을 두려워하는데

어느 하루 좋은날이 없을 일상 중에

딱딱하고 살벌한 명령전달의 수단이었던 스피커에서

차분하게 내려앉은 여가수의 감미로운 노래가 울려 퍼질 때

공간이 가지고 있던 특별한 느낌은 간데없고

군중들의 표정에서도 죄인의 얼굴은 없었다. 

 

-"난 지금도

그 이탈리아 여자들이 뭐라고 노래했는지 모른다.

사실, 알고 싶지도 않다.

모르는 채로 있는 게 나은 것도 있다.

난 그것이

말로 표현할 수 없고

가슴이 아프도록 아름다운 이야기였다고 생각하고 싶다.

그 목소리는 이 회색공간의 누구도

감히 꿈꾸지 못했던 하늘 위로 솟아올랐다.

마치, 아름다운 새 한 마리가

우리가 갇힌 새장에 날아 들어와 그 벽을 무너뜨린 것 같았다.

그리고 아주 짧은 한순간

쇼생크의 모두는 자유를 느꼈다." -레드-

 

영화는 다음 장면으로 넘어가고 있었지만

눈과는 달리

머리엔 좀 전의 그 장면이, 그 노래가 떠나질 않았다.

 

 

 

"이 철책은 웃기지

처음엔 싫지만 차츰 익숙해지지

그리고 세월이 지나면 벗어날 수 없어

그게, 길들여진다는 거야" -레드-

 

 

 

"단 하루도

내가 후회를 느끼지 않는 날이 없소.

내가 여기 있어서라거나

그래야 한다고 당신이 강요했기 때문은 아니요.

옛날의 나를 돌아보지.

젊고 바보 같은 녀석이 끔찍한 죄를 저지른 거야.

그놈과 말하고 싶어.

지금 현실을 말해주고 싶어, 하지만 그럴 수 없지.

그 젊은 녀석은 오래전에 사라지고 이 늙은 놈만 남았지.

그렇게 살 수밖에 없어.

교화라고? 그건 다 헛소리야.

자넨 부적격 도장이나 찍고 내 시간 그만 뺏게.

사실대로 말하자면...

상관 안 해....." -레드-


마지막일지도 모를 가석방심사에서

오히려 자유가 두려운

솔직하고 담담한 그의 대사가 오래 남는다.

 

 

 

화장실 가는 것조차 일일이 물어봐야하는

가석방 장기수의 어색한 사회적응.

마지막이 감지될 때 떠올린 희미한 희망 하나...

국경 근처 약속 장소로 향하는 그의 마음은 

희망이었기보다는 확인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차창에 기댄 그의 기대와 불안이 마치 내 일 같고 

해피엔딩을 예감하면서도

저 늙은 죄수가 실망하는 일 없기를 바라고 있었다.

 

 

 

"기억해요 레드, 희망은 좋은 거예요"

엔디의 편지를 읽으며

희미했던 희망이 현실로 닥아올 때도

여전히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그의 불안한 시선이 오래 남는다.

 

 

 

영화는 오래 전에 끝났고

이 노래의 가사가 어떤 내용인지는 여전히 모르지만

굳이 검색해보진 않았다.

가물거리기는 대사도 마찬가지지만

가끔, 되살아나는 느낌 따라

유독 레드의 대사를 찾아 곱씹어본다.

 

"국경을 넘을 수 있기를 희망한다.

친구를 만나 악수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태평양이 내 꿈에서처럼 푸르기를 희망한다.

나는 희망한다." - 레드 (모건 프리먼)-

*녹색 글과 사진은 인터넷에서 퍼왔습니다.

 

-2019.07.18 강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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